"강남 잡으려다 과천에 4000세대 대못"… 거리로 나온 과천시민

장대비에도 주민 3000여명 모여
과천시장·국회의원도 집회 참석
"정치논리 희생양 안 된다" 반발
대책위 "철회 때까지 매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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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잡으려다 과천에 4000세대 대못"… 거리로 나온 과천시민
지난 8일 과천 중앙공원 분수대 앞에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강남 집값 잡으려다 과천 시민 다 잡는다. 우리 과천 시민의 심장에 4000세대 대못을 박지 마라."

지난 8일 오후 6시 경기도 과천 중앙공원 분수대 광장에서는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계획에 반발하는 현지 주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과천에 현재 거주 세대보다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자, 현지 주민들이 정치논리의 희생양이 될 순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과천 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부슬비가 장대비로 변한 궂긴 날씨에도 2030 세대, 3040 신혼부부들 등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는 3000여 명이 넘는다. 김종천 과천시장, 이소영(경기 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천시의회 미래통합당 의원들도 참석해 시민광장 사수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김종천 과천 시장은 "중학생인 아들이 (8·4)정책 발표 소식을 듣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말했다"며 "중학생 아들이 주변에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줄지 내지는 기반 시설이 부족한 데 들어서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천 시장은 "그 아이가 10년간 살아오면서 청사 부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계산할 필요가 없이 그곳은 집이 들어올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천시 인구가 6만명이 좀 넘고 주택 수가 1만8000호가 좀 넘는다"며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현 정부까지 주택 사업을 하면서 2만1000호가 넘었다. 과천에 있는 모든 집을 합한 것과 버금가는 숫자가 지금 사실은 주택 공급 사업을 위해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에 따르면 과천에는 이미 2026년까지 총 2만1275호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에 8.4대책으로 4000호의 임대주택이 추가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김종천 시장은 "과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오로지 주택 공급을 위한 용도로만 쓴다면 과천시의 미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청사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과천시는 더이상 행정도시가 아니게 됐다. 과천을 상징하던 것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며 "정부가 청사를 개발한다고 하면 전국적인 상징이 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써주면 하는 것이 과천 시민들의 바램"이라고 강조했다. 과천시의회 미래통합당 김현석, 박상진 의원들은 시민광장을 사수하겠다면서 즉석에서 잇따라 삭발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후 진행된 시민 발언에서는 한 시민은 "2020년 8월 4일 대한민국 정부가 과천 시민에게 청사 시민 광장을 내놓으라 명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런데 저 광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때 과천 청사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2005년 3월 3일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곳에 산학협력 R&D센터, 좋은 대학을 옮기는 방안이 있는데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서 해야 하며 그런 개발 모델을 좀 더 추구하는 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분명히 말한 곳에 뜬금없이 과천 심장에 4000세대 대못을 박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천은 이미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지식정보타운, 중앙지구, 과천 3기 신도시까지 아낌없이 내놨는데 과천시민광장까지 빼앗아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천 시민에게 시민광장은 어린 시절 엄한 아버지께 자전거를 배우며 평소 느끼지 못했던 나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고 내 사랑을 이웃과 나누며 소통하는 안식처와 같은 곳"이라고 호소했다.

시민은 "임대주택이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과천시민광장은 과천 주민의 얼굴이며 쉼터이자 지친 일상 속에서 내 집, 내 동네에 도착했구나 안도할 수 있는 이정표"라며 "집을 지을수도 없고 지어서도 안 되기 때문에 결사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천 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철회할 때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과천 정부청사 유휴지에 공공주택 공급 철회하여 주십시오' 청원 글은 5일 만에 1만1465명이 동의했다.

과천/글·사진=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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