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 마을이 폭우에 수장됐다. 황망한 마을 주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광주에는 북구 동림동의 한 사설 납골당이 침수돼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전남 곡성에서는 산사태가 주택 5채를 덮쳐 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마을 주민 수백명이 인근 학교 등에 대피한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서울 수도권을 괴롭히던 폭우가 남부지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폭우 피해가 전국 규모로 커졌다.
수도권 중부지역에 이어 남부지역에서도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남부 지역은 특히 섬진강 수계와 영산강 수계, 낙동강 수계가 일제히 홍수가 나 섬진강 수계에서는 1223명의 이재민, 영산강 175명, 낙동강 15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긴급히 전남 곡성 산사태 현장을 찾아 피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피해가 난 전남의 여러 지역도 최대한 신속하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또 "장마에 이어 태풍 5호 장미가 북상하는 만큼 지치지 말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금산군에 따르면 부리면과 제원면 93가구 주민 248명은 살던 집을 버려둔채 마을회관이나 초등학교로 대피해 비를 피하고 있다. 이 마을은 전날 용담댐 방류로 불어난 하천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밀려들면서 완전히 물에 잠기고 말았다.
하루가 지났지만 수위는 여전히 높아 무너진 제방 복구는 손도 못 대는 상황이다.
용담댐 방류량 증가로 전북 진안군 안천면 도수가압장이 물에 잠기면서 금산 일대 지역 수돗물 공급도 끊긴 상황이다.
광주에서는 북구 동림동의 한 사설 납골당이 천정까지 완전히 물에 잠기면서 선인의 유골이 유실될까 걱정한 유족들은 가슴을 졸여야했다.
수일간 폭우가 이어지면서 영산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둔치에 자리한 납골당을 덮친 것이다. 유가족 100여명은 전날 밤부터 밤을 새워 지하실의 유골함을 옮기기도 했다.
광주·전남에 물 폭탄을 쏟았던 폭우는 비구름대가 북상하면서 밤새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섬진강 영산강 인근 침수 지역의 수위가 내려가지 않은 데다, 오는 10일 한반도에 근접하는 태풍 '장미'까지 광주·전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피해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날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내린 비로 담양 41㎜, 광주 광산 27.5㎜, 영광 낙월도 16.5㎜, 장성 16㎜, 나주 8.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비가 그친 상태다.
비구름대가 중부 지역으로 올라가면서 이러한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그러나 오는 10일 한반도에 근접하는 태풍 '장미'가 광주·전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피해 임시 복구에는 시간이 촉박한 실정이다.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전남 담양 612㎜를 최고로 광주 533.7㎜, 화순 517.5㎜ 등의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나 급류에 휩쓸려 이 지역에서만 9명이 사망했고, 2명이 실종상태다. 침수 피해도 잇따라 광주 412명, 전남 242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 5천793㏊, 축사 7만㎡, 237개의 도로 등 공공시설, 556개의 주택 등 사유시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전국적으로는 지난 7일 이후 사망만 13명, 실종이 2명인 상태다.
전남지역의 이재민이 2467명으로 가장 많았다. 곡성이 880명, 구례에서 79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북은 남원, 진안, 장수, 임실 순천 등 23개면에서 1376명의 이재민이 나왔다. 경남은 하동군 화개면 등에서 340명, 경남은 창녕군 죽전밍 구학마을 주민 156명이 피를 피해 대피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침수된 납골당 앞에서 유가족 100여명 밤새 '발 동동'
지난 8일 오후 광주 북구 동림동 수변공원에 위치한 사설 납골당이 침수되자 납골당에 유골함을 모신 유가족들이 침수된 납골당 앞에 모여 항의하고 있다. 연합
활주로 침수에 광주공항서 항공기 결항
8일 오후 광주공항 활주로 일부가 침수해 제주·서울·양양 등을 오가는 항공편 12편이 결항했다. 활주로 이착륙을 통제하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야간에 침수된 활주로 이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항공사 등과 협의해 결항을 결정했다. 연합
물 폭탄에 뜯긴 도로
8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도로의 아스팔트가 밤새 내린 폭우에 뜯겨 나갔다. 연합
주택 덮친 곡성 산사태
8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오산면 한 마을에 산사태로 주택과 마을에 토사가 뒤덮혀있다. 전날 발생한 산사태는 주택을 덮쳐 5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연합
강이 아닙니다
전남 구례군 마산면의 한 마을이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구례 지역은 이틀새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