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시진핑을 `총서기`로 부르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06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시진핑을 `총서기`로 부르는 이유")
당의 최고 지도자 명칭은 중국 공산당 창당 이후 여러 번 변경되었다. 1921년 7월 열린 1차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선 '중앙국 서기'였다. 13명의 대표가 참가해 천두슈(陳獨秀)를 당을 이끄는 '중앙국 서기'로 선출했다. 1922년 7월의 2차 전대와 1923년 6월의 3차 전대에선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장'이었다. 1925년 1월 열린 4차 전대에선 '중앙집행위원회 총서기'로 명칭이 바꿨다.
5·6차 전대에선 다시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개칭됐다. 1927년 4월 우한(武漢)에서 열린 5차 전대에서 '중국 최초의 서기' 천두슈가 '우익 기회주의자'란 비판을 받고 퇴진했다. 취추바이(瞿秋白)가 대행을 맡다가 1928년 6월 샹충파(向忠發)가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선출됐다.
1931년 국민당 특무조직에 의해 중국 공산당은 치명타를 입었다. 샹충파는 체포 당일 변절했지만 코와 귀가 잘린 시신으로 발견됐고, 취추바이는 재판정에 서보지도 못하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샹충파가 살해되자 왕밍(王明)이 대행을 맡았다. 괴멸상태에 빠진 공산당 조직은 대거 징강산(井岡山)으로 들어갔다. 이후 보구(博古), 장원톈(張聞天)이 총서기로 당을 이끌었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시진핑을 `총서기`로 부르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06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시진핑을 `총서기`로 부르는 이유")
1945년 4월 옌안(延安)에서 개최된 7차 전대에서 '중앙위원회 주석'이란 새 명칭이 등장했다. 7차 전대는 마오쩌둥(毛澤東)사상을 당의 지도사상으로 확립하고 마오쩌둥을 '중앙위원회 주석'으로 선출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자 마오는 공산당 뿐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의 최고 지도자로 군림했다.
중앙위원회 주석직이 폐지하고 지금의 명칭인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설치된 것은 1982년 9월에 열린 12차 전대 때였다. 초대 총서기는 후야오방(胡耀邦)이 맡았다. 임기는 5년이었다. 1987년 1월 개혁파 후야오방이 보수파의 압력으로 사임하고 자오쯔양(趙紫陽)이 새 총서기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고 지도자는 아니었다. 실권자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덩샤오핑( 鄧小平)이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시위가 터지자 덩샤오핑은 자오쯔양을 실각시켰다. 이후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를 거쳐 시진핑(習近平)이 2012년 11월 총서기에 등극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연설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파탄난 전체주의 사상의 신봉자라는 점을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연설에서 중국 정부 대신 '중국 공산당'이라는 표현을 썼고, 시진핑을 국가주석이 아니라 '총서기'로 불렀다. 시진핑이 중국의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영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 간에는 하나의 암묵적 양해가 있었다. 그것은 중국을 아무리 비난해도 시진핑 개인은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설가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을 과격하게 비판을 해도 "프레지던트(국가주석) 시(習)와는 친구"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무엇이 다르나 싶을지 모르지만 이는 큰 차이다. 일본을 비판하는 것과 일왕 개인을 비판하는 것, 북한을 비판하는 것과 김정은 위원장 개인을 비판하는 것은 큰 차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선'을 넘었다.
마침내 트럼프 행정부가 총서기로 대표되는 중국 공산당 체제 그 자체를 표적으로 삼았다. 8년에 걸친 시진핑 총서기의 정치 성과를 모두 부정한 셈이다. 미중 대립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미중 신냉전이 정식 공표된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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