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칼럼] 한국형뉴딜, 민간위주로 다시 짜야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0602102269660002[1].jpg "[표학길 칼럼] 한국형뉴딜, 민간위주로 다시 짜야한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의 사례로 지칭되고 있고 실제로 지난 1분기와 2분기의 GDP 성장률도 미국이나 일본에 대비할 때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메르스사태를 겪으면서 제고된 공공방역시스템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건강의료보험제도의 확충으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확산사태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이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엄청난 규모의 인력구조조정, 공장가동중단과 파산신청의 과정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6월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31일자 기준 제조업에 속한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는 365만 2000명으로 작년 6월보다 7만 7000명 2.1%이 줄어들었다.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체산업의 사업체 종사자는 1836만 7000명으로 작년 6월보다 21만 4000명 1.2% 감소했다. 사업체 종사자 감소 폭은 지난 4월 -36만 5000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하였고 5월 -31만 1000명에도 상당한 감축 규모를 이어갔었다.
4월 국내사업체 전체 종사자는 36만 5000명이 줄어들어 역대 최대폭의 감소 폭을 기록하였다. 상용직은 13만 3000명 0.9% 감소한 반면 임시일용직은 14만 4000명(7.9%),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기타종사자는 8만 7000명 (7.5%)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취업구조의 변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공기업 부문에서 하도록 독려한 결과 공기업임직원 정원이 크게 늘어났다. 2016년 말 공기업 임직원정원 수는 82만6931명이었는데 비해 2019년 말에는 94만7113명으로 15.9%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중 공무원 정원의 증가율(7.2%)의 두 배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경제의 진로를 모색할 때 공공부문에의 의존을 줄여나가야 할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포스트코로나 경제 대책으로 한국형 뉴딜정책에 올인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형 뉴딜정책 하에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중앙정부 164조 원과 민간지방자치제 4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분야로는 디지털, 그린뉴딜, 고용 안전망의 3개 분야에서의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형 뉴딜정책을 통해 총 19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형 뉴딜정책이 너무 정부와 공공부문의 투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민간부문의 역할은 160조 원의 투자재원중 20조 원(12.5%)에 그친다는 점이다. 반대로 한국형 뉴딜투자의 재원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그린뉴딜 총 73.4조 원 중 42.7조 원 (58%)이 국비로 충당될 예정이다. 디지털 뉴딜 분야에서는 총 58.2조 원의 사업비중 중 44.8조 원(77%)이 국비로 충당되며 안전망 강화분야에서는 총 28.4조원 중 26.6조원(94%)이 국비로 조달될 계획이다.
거시경제학의 관점에서도 이와 같은 대규모의 공공투자는 금융시장에서의 금리상승을 유발시켜 소위 '구축 효과 (crowding-out effect)'를 내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공공부문 투자로 민간부문 투자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자본시장에서 퇴장당하는 결과를 안게 된다.
한국형 뉴딜정책은 코로나 이후의 한국경제의 사활이 걸린 국책사업이다. 일자리 창출이 공공부문에만 의존하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막아서는 효과를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한국형 뉴딜정책의 민간부문의 투자 위주로 재편되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진로를 막아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경로를 사회주의 경제나 혼합경제가 아닌 자본주의 성장경로를 모색한다면 현재 성안된 한국형 뉴딜정책은 대폭 수정·보완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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