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수해까지 전통시장 `설상가상`…"건어물·오뎅 빗물에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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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로 인한 기계 고장으로 휴업합니다'

지난 7월 30일 대전 중구 일대가 빗물에 잠겼다. 중구 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태평전통시장은 이번 집중호우 때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다. 150개 점포 가운데 절반인 70개 점포가 침수됐다. 'T자' 모양으로 늘어선 점포 가운데서도 지대가 낮은 곳이 집중 피해를 봤다.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 진열대는 물론이고 가전도 잠겼다. 겨우 추스르고 장사를 다시 시작한 지 일주일. 여전히 곳곳에 붙은 '휴업' 현수막이 그날의 심각함을 알리고 있었다.

5일 디지털타임스가 찾은 태평시장에는 또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태평시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35·여)는 "이 동네에서 평생 나고 자랐는데 그렇게 비가 많이 온 건 처음 봤어요. 창고로 쓰는 반지하 공간이 있는데 창문을 꼭 닫아도 비가 새더라고요. 이게 아스팔트 바닥인지 하천인지 모를 정도로…"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부터 태평시장이 위치한 대전 중구 일대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200㎜ 가까이 퍼부었다. 다음날인 30일 새벽 4시에는 1시간 만에 100㎜가 넘는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양동이로 퍼붓는 수준이었다"는 게 상인들의 평이다. 건어물·오뎅·생선들이 빗물에 둥둥 떠다녔고 가전제품이 물에 잠겨 경미한 합선 사고도 잇따랐다고 한다.

태평시장은 지난 주말 내내 빗물을 빼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 수해 복구 작업으로 분주했다. 지난 31일부터 정상영업을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점포가 최소 1일에서 4~5일까지 휴업했다. 정상영업을 한 가게라고 해도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가게는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채소가게를 운영 중인 최한일 씨(65세·남)는 "비가 이렇게 오는데 누가 오겠느냐"며 "코로나19가 이제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수해가 나서 아주 속상하다"고 혀를 끌끌 찼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권정희 씨(63세·여) 는 이번 집중호우로 건어물들을 다량 폐기처분 해야 했다. 권씨는 "또 다시 비가 많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제일 걱정"이라며 내리고 있는 비를 야속한 듯 바라봤다.

이 같은 상황은 태평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본 전국 전통시장은 총 23개에 달한다. 태평시장 등 대전지역 3개 시장을 포함해 부산지역 11개 시장, 경기·충청지역 9개 시장의 약 830개 점포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금액만 약 2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래도 별 다른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에 태평시장 상인들은 안도했다. 40년째 방앗간을 운영 중인 이모씨(65세·여)는 "우리는 피해가 덜한 편"이라며 "그래도 사람이 안 다친 게 다행"이라고 웃어보였다.

이씨네 방앗간은 직접적인 침수 피해는 없었지만, 말린 고추 2관(8kg)이 다 젖어 전부 버려야 했다. 콩국수용으로 빻아놓은 콩가루나 들깨가루도 전부 비를 맞아 무용지물이 됐다.

이씨는 "우리 가게는 잠기지는 않아서 기계도 고장 안 나고 괜찮았는데, 옆 오뎅집은 물에 잠겨서 오뎅이 둥둥 뜨고 난리였었다"며 "물난리 나고 2~3일 장사를 안했다. 가게를 열어도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이 안오니까 그냥 문을 닫아두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힘들었는데, 물난리 때문에 그보다 한 20%는 매출이 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애분 씨(60·여)는 "물에 잠기지 않은 가게들도 청소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았다"며 "비가 그치니까 빗물은 그래도 바로 빠졌는데 쓰레기나 이런 것들이 가득해서 청소만 하루 종일 해야 했다. 정리하느라 가게를 다시 여는 데만 일주일 걸린 곳도 있다"고 전했다.

태평시장 상인회는 입점한 상인들에게 조사지를 돌려 점포들의 피해 금액을 합산 중이다. 일부는 상인회에서 지원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가전 교체나 수리비는 소상공인들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진공은 우선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코로나에 수해까지 전통시장 `설상가상`…"건어물·오뎅 빗물에 둥둥"
지난 29~30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태평시장은 겨우 영업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 때보다 매출이 더 줄어들었다고 한다. 김동준 기자

코로나에 수해까지 전통시장 `설상가상`…"건어물·오뎅 빗물에 둥둥"
지난 29~30일 대전에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태평시장. 시장 내에서도 지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어물가게 '공주상회'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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