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동학부동산이 외쳤다 "니가 살아라, 월세"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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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동학부동산이 외쳤다 "니가 살아라, 월세"
이규화 논설실장
"전세 사시겠습니까, 월세 사시겠습니까?" 하나마나한 질문이다. 월세보다 전세가 싸기 때문이다. 요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 원(KB주택가격동향 자료, 7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4억9922만원)이지만 3억 원의 아파트를 가정해보자. 서민전세대출로 3억 원을 대출받으면 2% 정도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내고 살 수 있다. 매월 은행에 내는 이자는 50만원이다. 반면 월세를 산다면 시중의 월세전환이자율이 4~5%(정부는 4%를 권고하나 임대인 마음이다)가 되므로 4%로 잡는다 해도 월세는 100만원이 된다. 배 이상 비싸다. 그런데도 월세가 괜찮다고 하니 복장이 안 터지겠나.

그 말을 한 여당 의원은 자신도 월세 살고 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지역구 관리를 위한 것이고 주 거주지가 아니었다. 빌라 1채와 주거용 오피스텔 1채를 가진 다주택자였다. 내 집 갖고 다른 집에 세 드는 것과 내 집 없이 세 드는 경우는 천지 차이다. 대체 이 집권세력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모든 문제는 남탓이고 불가항력이면 사실을 왜곡한다. 집값 폭등을 다주택자의 투기 탓으로 돌렸다. 그들을 타깃으로 임대차법과 부동산 종부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지방세법을 마구잡이 개정하고 세율을 올렸다.

그러나 주택 소유에 상관없이, 임대·임차인 모두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내놓는 정책마다 공급확대와 무주택자 최우선 분양이란 본질은 외면하고 수요를 억제하고 세금 올리는데 급급했다. 6·17 대책이 나온 이후 지난 달 포 사이 집값과 전월세 가격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4일 내놓은 공급대책도 실효성이 의문이다. 13만 가구 중 공공참여재건축으로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하나 사업성을 보장하지 않는 한 시장이 원하는 지역에 공급이 늘어나긴 어렵다. 이번에도 내집 마련이나 새집으로 옮겨가고자 하는 수요는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국민이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좋은 환경의 지역에 내 집을 갖는 것'이다. 정부는 그에 따를 의무가 있다. 대거 늘어날 공공임대는 좋긴 하지만, 임대료가 적어도 은행 이자율이나 그 이하에서 형성돼야 의미가 있다.

지난 달 중순부터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부동산 실책 규탄시위로 번지고 있다. '못살겠다 세금폭탄' '나라가 니꺼냐' '문재인 내려와'라는 구호가 인터넷에 그치지 않고 매 주말 서울 시내 곳곳에서 수천 명이 모인 피켓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차에 '월세도 괜찮다'는 말이 기름을 끼얹었다. 시위엔 집 가진 이, 못 가진 이는 물론 임대인 임차인이 뒤섞여 있다. 갈라치기는 문재인 정권의 통치 수법인데, 이번엔 그게 통하지 않았다.

문 정권은 최저임금 대폭인상으로 지불 층과 수급 층을 갈랐다. 주52시간근무제로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민간회사마저도 파장의 나팔소리를 울린다. 화이트칼라의 천국이 열렸다. 반면 수당을 받고자 하는 저소득 블루칼라층은 강제 퇴근해야 한다. 보육수당, 아동수당 등 각종 단물 지원으로 30·40대를 정권의 지지층으로 끌어들였다. 초기 갈라치기로 재미를 보자,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 방법이 동원됐다. 특목고 폐지하고 평준화 고착화하는 교육,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른 기업정책, 지방과 서울을 갈라놓고 검찰과 경찰을 대립시켰다. 외교안보에까지 갈라놓기를 하는 중이다. 반일종족주의와 '안미경중'을 내세워 미국·일본과 중국을 갈라치기 한다. 수도이전도 부동산 실책을 덮으면서 충청도를 내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한데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

징벌적 부동산세와 임대차법도 갈라치기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조국사태는 이념과 정서가 개입했지만 부동산은 의식주 생존의 문제다. 코로나 주가 폭락에 주식시장에 몰려든 개미들이 동학개미운동에 나선 것처럼 부동산 파국에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은 '동학부동산'이 됐다. 이제 갈라치기 수법은 밑천이 다 드러났다. 국민들이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월세가 괜찮다고 하는 그들에게 동학부동산이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 좋으면 니가 살아라, 월세."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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