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사상 최악의 폭염'을 대비했던 유통업계가 폭우에 울상짓고 있다. 특히 빙과업계와 양판업계 등 '무더위 특수'를 노렸던 기업들은 하반기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처지다.
4일 CU에 따르면 지난달(1~27일) 아이스크림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GS25에서도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 매출이 8.2% 늘어났다.
겉으로 보기엔 여름을 맞아 빙과류 매출이 호조를 보인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CU의 전월 아이스크림 매출 증가율은 9.1%였다. 한 달 만에 성장세가 3%포인트 이상 꺾인 것이다.
지난해 여름은 십수년만의 '선선한 여름'이었다. 아이스크림 매출도 크게 감소했다. 실제 2018년 1조6000억원대였던 국내 빙과시장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4252억원으로 감소했다. 낮은 바닥이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올 여름은 역사에 남을 더위가 찾아올 것이란 예보가 이어지며 기대감도 높아졌다. 실제 기상청은 올해 폭염 일수가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은 20~25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가 1880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74.7%라고 분석했다. 영국 기상청도 올해 사상 최악의 더위가 찾아올 확률을 50%로 봤다. 빙과업계가 올해 호실적을 기대했던 이유다.
하지만 폭염 대신 긴 장마가 찾아오면서 올해 여름도 호실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 주요 빙과업체들의 7월 매출은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빙과업계 관계자는 "장마 이후 8~9월 매출이 중요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더위가 9월 초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양판업계 역시 여름 실적을 이끌어야 할 에어컨 판매가 부진해 고민이다. 실제 전자랜드의 7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를 기록했다. 지난해 7~8월에도 덥지 않은 여름의 영향에 -30%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어컨 판매량이 2년 새 반토막난 셈이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7월 에어컨 판매가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에어컨을 대신해 제습기 등 장마철 가전이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에어컨 판매 부진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가전인 에어컨에 비해 제습기는 10만원대 제품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마가 지나간 후 더위가 시작되면 빙과류·에어컨 등 혹서기 상품 판매는 다시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실제 경상도 일부 지방은 현재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7월 들어 국지성 폭우를 동반한 장마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매출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8월 중순부터 장마가 끝나고 습한 무더위가 찾아올거라는 예보가 많아 에어컨 수요가 다시 올라갈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