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4일 발표한 공급 대책의 핵심은 강남 재건축 활성화를 노린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여한다는 전제하에 용적률이나 층수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기로 했다. 다만 사업 추진시 기대 수익률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조합들이 실제 참여할 지 미지수다.
정부는 용적률과 층수제한 등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용적률 500%는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다. 이를 위해 종상향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원래 용적률 250%이면서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 가구수가 500가구인 재건축 단지가 용적률을 300%까지 올린다고 하면 가구수는 100가구만 늘어나는 데 그친다. 이때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고 가정하면 100가구 중 50가구는 기부채납받아 임대로 돌리고 나머지 50가구는 일반분양된다. 하지만 이 단지가 용적률을 250% 더해 500%까지 받으면 가구수는 500가구까지 불어난다. 늘어난 500가구 중 250가구는 일반분양되고 나머지 250가구는 기부채납받아 절반씩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배분된다.
정부는 주거공간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현행 90%인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도 상한을 없애고 가구당 2㎡인 공원설치 의무 규정도 완화한다.
정부는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의 구체적 공급방식은 지역별 수요나 여건 등에 따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상향이 추진되면서 서울시의 '35층 룰'도 완화된다. 그동안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등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층수를 50층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서울시의 규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들 아파트 외 다른 아파트도 층수를 50층 수준으로 올리는 재건축을 타진하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49층 아파트 건립계획을 수립한 바 있고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도 재건축을 통해 50층으로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수정하면 층수제한은 얼마든 풀릴 수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용도 지역별로 용적률이 규정돼 있지만 층수제한과 관련한 규제는 별도로 없다.
조합 입장에선 L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여하는 것이 반가울 수는 없다. 가뜩이나 의견이 분분한 재건축 사업에 공공이 개입했을 때 사업이 원활히 잘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정부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하면서도 이를 통한 조합의 수익은 최대한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재건축을 통한 기대수익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면 조합으로선 사업 추진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건물을 높이 지어본들 수익은 적은데 임대와 소형주택만 많이 짓게 된다면 주차장만 복잡해질 뿐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공공재건축이 잘 추진되더라도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35층 규제를 풀고 초고층으로 지어지는 길이 열리게 되면서 주변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정부가 한강변 일대에 공공 재건축 아파트를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지만 실제 재건축을 통한 수익률은 크지 않아 조합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 미지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개포동 아파트 일대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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