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자가당착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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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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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자가당착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논의가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세종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개헌을 해서라도 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헌법상 규정을 만들어 대통령 집무실 뿐 만아니라 청와대, 국회, 대사관 모두가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시대 변화에 따라 헌재 판결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면서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를 원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슈로 덮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정부 기관들을 모두 세종시로 옮기면 수도권 과밀화 문제 해결은 물론 국토 균형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현 정부가 내놓은 22번의 부동산 정책이 별 효과가 없었던 것은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 때문이라는 변명도 내놓는다. 민주당이 서울의 아파트가격 급등문제를 단지 수요와 공급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에 대한 당장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뜬금 없이 10년 장기과제 언급은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더라도 서울 아파트값은 그리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국회 직원들이 모두 세종시로 이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수도권에 집을 놔놓고 두 집 살림을 하게 될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이들 공직자들이 세종 지역 중심의 갇힌 사고를 하면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탁상공론의 정책을 남발할 여지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행정수도완성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약속한 통일구상과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26년 안에 통일이 다가올 것이라고 구체적인 기한을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그 안에 붕괴가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메시지를 통해 "허무한 경축사, 정신구호의 나열"이라며 발끈하였다. "삶은 소대가리도 크게 웃을 노릇"이라는 북의 비아냥거림이 나온 것도 바로 이 시기다.

행정수도이전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서둘러 토지매입 및 설계, 건물신축 공사를 마친다고 하더라도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과제이다. 거대 여당의 뜻대로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했다고 하더라도 통일이 되면 수도 이전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통일의 시점이 문 대통령이 제시한 2045년 이전이라면, 세종의 행정수도는 기껏해야 15년짜리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통일한국의 수도는 서울이나 개성 등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당의 행정수도완성론은 문 대통령의 지난해 통일 약속이 너무 즉흥적이고 현실성이 없었다는 반박이기도 하다.

행정수도완성론은 민주당의 대선 전술 카드 중 하나로 읽힌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국회논쟁과 헌법개정, 헌법재판소 결정 등의 진행기간을 고려한다면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민주당이 선점한 '행정수도완성론'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속적으로 언급되면서 부동층이 많은 충청도 표심에 강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헌법개정과정이나 헌재결정으로 수도이전에 제동이 걸리면, 그 자체로 야당을 공격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미국 언어학자 레이코프(Lakoff)의 말처럼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면 사람들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야당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말하면서 민주당의 프레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거카드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총선이 끝난 지 겨우 3개월 지났다. 이 시점에서 176석 거대여당이 국론을 분열하는, 폭발력 있는 이슈 제기가 바람직한 지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이라도 다수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지는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만을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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