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백선엽 장군 장례는 현대판 `예송논쟁`이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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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백선엽 장군 장례는 현대판 `예송논쟁`이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백선엽 장군의 장례 논쟁은 현대판 예송논쟁이다. '예송논쟁'은 조선 당쟁의 절정이었다. 1695년 효종의 장례와 1674년 효종의 부인인 인선왕후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를 놓고 당대 집권세력인 서인과 남인 간의 벌어진 두 차례의 치열한 논쟁이 바로 예송논쟁이다. 단순한 장례절차에 대한 문제였지만 그 이면은 왕권의 정통성을 다루는 고도의 지배 이데올로기 다툼이 있었다.

최근 벌어졌던 고(故) 백선엽 장군의 장례 논쟁은 이 점에서 예송논쟁과 닮았다. 백 장군의 현충원 행을 반대한 현 정권 인사들이나 찬성한 보수 인사들 모두 '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다뤘다. 자각을 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예송논쟁은 효종이 죽고 현종이 즉위하면서 불거졌다. 효종은 인조의 둘째였지만, 첫째인 소현세자가 죽으면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장자승계는 조선왕조의 최고의 법통(法統)이었다. 효종을 장자로 보느냐, 둘째로 보느냐는 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관건이었다. 조선 왕가 법도에 따르면 계모는 첫째 아들이 죽었을 때는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둘째 아들이 죽었을 때는 1년 동안 상복을 입는다. 효종의 부친 인조는 44세에 효종보다 5살이나 어린 자의대비를 계비로 들인다. 자의대비가 효종의 죽음에 몇 년 상복을 입느냐는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자의대비는 소현세자가 죽었을 때 이미 3년 상복을 입었다.

송시열 등 서인은 "둘째 아들이다"라며 1년을 주장했다. 반면 윤휴 등 남인은 "왕이니 장자로 대접을 해야 한다"고 3년을 주장했다. "왕이었지만 정통은 아니었다"는 게 서인의 평가였던 것이다. 현종 역시 이 평가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종은 억울했지만 서인의 뜻을 따라야 했다. 현종은 어렸고, 서인의 세력은 강했다.

백 장군의 장례 논쟁은 그의 일생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현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기도 한 것이다. 논쟁의 중심에는 '6·25전쟁'이 있다. 예송논쟁이 그랬듯 고도의 이데올로기 다툼이다. 사실 세계 첫 이데올로기 전쟁이 '6·25 전쟁'이다. 소련과 중국의 후원을 받은 공산주의 북한의 침공을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운 미국과 유엔 연합군이 막아낸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은 물론 필리핀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총 16개 회원국이 전투병을 보냈다. 흔히 말하는 '미소 강대국의 꼭두각시 대리전'도 아니었다. 사료들은 소련과 중국이 어떻게 북한 김일성의 설득에 넘어가 전쟁을 후원하게 됐는지 잘 보여준다.

북한의 목적은 분명했다. '적화통일'(赤化統一)이었다. 북이 남쪽의 동포를 향해 패륜의 방아쇠를 당긴 게 '6·25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 총알에 남의 병사가 피를 흘리고 쓰러지면서 북은 우리의 '적'(敵)이 됐다. 고 백 장군은 이 적에 맞서 우리의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지켜낸 영웅이다. 우리만의 주장이라면 다시 깎아 내릴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연합군이 모두 인정하는 공이다.

현 정권 인사들이 백 장군의 친일행적을 집중 공격하는 이유다. 정작은 '6·25 전쟁'의 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유엔의 이데올로기 승리를 인정하기 싫은지도 모른다. 속마음은 '관종'으로 보이는 한 방송인의 "북한 동포에 총을 쏜 공으로 현충원에 묻히나?"라는 말처럼 불현듯 드러나곤 한다. '6·25 전쟁' 기념식 참석을 애써 회피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거리두기', 백 장군에 대한 장례의 예를 다하지 않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박사로만 호칭하는 '정권의 무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송논쟁의 서인과 남인의 입장차는 정책 집행의 입장차로 이어졌다. 둘은 양란 이후 한반도 중세 질서의 재조(再造)에서, 대지주인 양반지배층 중심의 재조를 할 것인가, 아니면 소농 중심의 개혁을 할 것인가를 놓고 다퉜다. 2020년 한반도의 '고 백 장군 장례논쟁'도 마찬가지다. 둘의 입장차는 사회, 경제와 외교정책의 극명한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그 차이에 나라의 미래도 달라지고 있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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