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트럼프 스트레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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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트럼프 스트레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미 '수퍼 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그를 완벽에 가깝게 탈탈 털어 놓은 터라 '신선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으로 가득차 있지만 볼턴의 회고록은 트럼프 대통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그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 횟수에 대한 통계까지 나왔다. 트럼프에겐 이래저래 곤혹스런 나날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3년 6개월간 '거짓말'을 2만 번 넘게 했다. 하루 16번 꼴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통계한 자료다. 어떤 방식을 동원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 횟수를 하나하나 카운트해봤다니, 그 집요함 또한 후한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어쨌든 하루 평균 20번 가까이 거짓말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람들은 하루 평균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아주 사소한 것, 다소 의례적인 말까지 포함한다면 보통 하루에 약 200번, 약 8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의 조사결과가 있다. 3년전 EBS에서 기획한 '거짓말'에서는 하루 평균 3번의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조사기관별로 큰 차이가 있다. 어떤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안심시키고 위로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인식하든 아니든 거짓말을 늘 입에 달고 사는 셈이다.

하지만 앵글을 대통령으로 옮겨 들여다본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무게감이나 영향력의 크기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사악한 천재요 타고난 선동꾼 괴벨스의 말을 옮겨본다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번 들으면 부정하고 두 번 들으면 의심한다. 그리고 세 번 들으면 믿는다." 거짓말은 가짜 뉴스의 다름 아니다. 나치 독일은 이같은 사소한 거짓말이 쌓아올린 재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100일간은 하루 평균 5건 안 되는 거짓주장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말은 빠르게 늘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거짓말 빈도는 더 잦아지고 있다. 1만회의 거짓말이나 잘못된 주장을 펼칠 때까지는 872일이 걸렸지만, 그 이후 1만 번을 추가하는 것은 단 440일에 불과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변곡점에서 하필 국가 최고지도자는 트럼프였던 것이다.

트럼프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가장 많이 한 거짓말은 "미국 경제가 역사상 최고"라는 말이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폼나는 말인가. 트럼프가 즐겨 쓰는 '진실한 과장 화법'이다. 지금의 미국 경제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시절 등에 미치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미 역대 대통령들도 화려한 거짓말 레이스를 펼쳤다. 리차드 닉슨은 자신이 도둑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미 대통령 역사상 가장 추악한 음모를 꾸민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와 성관계나 그 비슷한 것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이내 거짓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매우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유형이다. 대통령의 품격따윈 아랑곳 하지 않는 원색적인 표현과 막말들, 예측불가능한 화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변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객관과 주관, 의식과 무의식, 사실과 허위가 뒤엉켜 나온 고도의 계산된 발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겠다 싶다. 문제는 국가지도자의 거짓주장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불신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잠시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취지의 판결을 받아 극적으로 생환한 이재명 경기지사, 부동산 대책 토론을 마친 뒤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그렇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해 속내를 들켜버린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성추행 의혹이 알려지기 직전 생명의 불꽃을 스스로 꺼버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들 또한 표리부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든, 국내 정치 지도자이든 이런 모습 뿐이라면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 한들 온전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세 치 혀가 사람잡는다. 말이 권력이 되는 세상에서 안전주행하려면 꽉 붙잡아야할 격언임에 틀림없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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