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온스당 1800달러 최고가 돌파
주요 투자은행 내년 3000달러 전망까지
커지는 불확실성·초저금리 기조에 탄력
넘치는 시중 유동성… 金시장 쏠림현상
금융권 '골드뱅킹' 상품 새로운 투자처로
주요 투자은행 내년 3000달러 전망까지
커지는 불확실성·초저금리 기조에 탄력
넘치는 시중 유동성… 金시장 쏠림현상
금융권 '골드뱅킹' 상품 새로운 투자처로
주부 이예윤(40 여)씨는 요즘 금값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 12월 말부터 골드뱅킹에 넣어둔 500만원 남짓한 돈이 점차 불어나고 있어서다. 요즘 금값 오름세가 심상치 은 가운데 수익률은 20%대를 넘어섰다. 이씨는 "재테크 유튜브를 꼼꼼히 보는 편인데 내년까지는 금값이 오를 거라고 하더라"며 "만기가 돌아오는 적금을 깨 본격적인 금(金)테크를 시작해 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온스(트로이온스, 1트로이온스=31.1035그램=8.294돈) 당 1500달러(약 180만원)까지 수준이던 금값이 최근 1800달러(약 216만원)대로 오르면서 은행 골드뱅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골드뱅킹은 투자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달러로 바꿔 국제 금 시세에 따라 금을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3월에만 한 달새 250% 가까이 폭증했다. 금값이 수직 상승세를 그리던 시기와 맞물린다. 급하게 오른 시세에 골드뱅킹 판매량은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대신 실물 골드바 판매액은 느는 추세다.
자산가들의 금을 향한 러브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 상황이 불안할수록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금은 달러화와 미국 국채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한일 무역분쟁이 본격화했던 작년 8월에도 국내 금값은 급등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급등세는 도드라졌다. 저금리와 코로나 탓에 금만 한 대안투자 상품이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IB(투자은행)는 내년 중 금값이 최고 3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8개월 내 금값이 온스 당 300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3일 UBS는 하반기 금값 전망을 기존 1800달러에서 1900달러로 올렸다. 이보다 먼저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6개월 내 온스당 1900달러, 1년 내 2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ABN암로의 조제트 보일 분석가는 "매수 대기 중인 투자수요를 고려할 때 최근 금값 조정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일시 조정 이후 다시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코로나 재확산과 홍콩 이슈, 미중 갈등, 고용이슈 등 최근 불확실성 변수는 많지만 막대한 유동성의 힘으로 시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라며 "안전자산 확보 논리 또한 유효해 글로벌 저금리를 감안한 금 투자는 앞으로도 손색이 없는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특히 골드뱅킹은 금 계좌를 통해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3개 시중은행의 관련 상품은 자유입출식과 정기적립식으로 나뉜다. 적립식이라도 만기 이전에 정해진 횟수에 맞춰 금을 팔 수도 있다. 때마다 매입한 금을 실물 또는 돈으로 인출할 수 있지만 실물로 인출할 때는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
주요 시중은행은 별도로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전용 골드뱅킹 상품도 마련돼 있다.
골드뱅킹에 가입할 때는 환율 변수를 잊지 말아야 한다. 금값이 오르더라도 원화 값이 급등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금을 사들이기 때문"이라며 "금값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파는 예적금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골드뱅킹은 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 금 실물을 직접 거래하지는 않지만 '금 가격 변동에 연계해 이익을 얻는 증권 또는 증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5000만원의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얻은 수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떼 간다는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 꼭 챙겨야 할 정보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골드뱅킹 이외에도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와 금 선물 값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있다. 골드뱅킹은 파생상품에 포함되지 않는 간편한 구조여서 이해하기 쉬운 투자 방법이다.
더 쉬운 방법은 집 근처 금은방을 찾아 실물 금을 사는 것이다. '장외소매'라고도 불리는데 금괴를 직접 사거나 금목걸이 금반지를 사는 방법이다. 금반지나 금목걸링, 팔찌 등을 몸에 지닐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세공비가 포함돼 있고 부가가치세 10%를 내야해 투자의 성격으로 구매하기보다는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은행에서 골드바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골드바는 은행 영업점에서 실물 금을 직접 사고파는 상품이다. 10그램, 100그램, 1킬로그램 단위로 살 수 있다. 1그램 당 국내 금값 시세에 부가세 10% 비용이 든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10그램, 100그램짜리 골드바는 동이 난 상태다. 5000만원이라는 큰돈이 드는 1킬로그램짜리를 구하기도 별 따기다. 특히 금을 장기보유하려는 고액자산가에 인기가 많다. 자산가들은 현금과 달러, 부동산과 함께 포트폴리오 항목에 금을 넣은지 오래다.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듯 금을 살 수도 있다. KRX금시장은 정부의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2014년 3월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금 현물시장이다.
올 들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건 KRX금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들어 하루 평균 금 거래량은 작년보다 100% 이상 급증했다. 누적 거래금액만 710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올해 연간 기준으로 1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20~30대 젊은 층이 금시장에 참여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거래소는 앞서 올 상반기 KRX금시장의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 90킬로그램, 57억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6.4%, 139.8%씩 늘었다고 밝혔다. 누적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7103억원으로 작년 총 누적 거래대금인 5919억원을 이미 1000억원 이상 넘어섰다. 지난 1월8일 하루에만 272.6킬로그램, 164억원이 거래돼 역대 최고치를 바꿨다.
연도별 누적 거래대금을 보면 올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4년 448억원이던 누적 거래대금은 이듬해 938억원으로 늘었고 2016년(2054억원), 2017년(2569억원), 2018년(2149억원)으로 연평균 73% 성장했으며 개설 6년 만인 현재 시장규모는 24배 늘어난 상태다.
'2030' 젊은층 투자 비중이 높아진 점에 시선이 쏠린다.
금거래를 위해 위탁계좌를 개설한 개인투자자의 절반 이상(56.1%)은 30대 이하였다. 40대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84.9%가 20~40대였다. 30대가 38.5%로 가장 많았고 40대 28.8%, 20대 17.6%, 50대 11.5%, 60대 이상 3.6% 분포를 보였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스마트폰, 전화를 이용해 1그램 단위로 매수할 수 있다. 증권사 온라인 수수료(약 0.02%, 각 사별로 상이)를 제외하면 양도소득세와 부가세가 면제된다. 즉 세금이 없다는 얘기다. 매수한 금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보관된다. 다만 증권사 지점에서 실물 금으로 인출할 땐 1개당 2만원 내외의 인출비용과 부가세 10%가 붙는다.
끝으로 금을 포함한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와 국제 금 시세를 추종하는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거래 방식과 형태는 일반 주식, ETF와 같으며 수수료와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다 보니 국제 금 가격과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실물 금으로 인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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