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누구를 위한 `인권위`인가

김동준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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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누구를 위한 `인권위`인가
김동준 정경부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사건과 관련한 인권위의 행태를 보면서 드는 질문이다.

지난 14일 인권위 홈페이지에는 '(박 전 시장 사건) 피해 호소인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고소 전에 인권위에 진정을 했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조금 뒤 바로 새로운 게시물로 대체가 된다. 내용이 바뀐 것은 없고, '피해 호소자'라는 용어가 '피해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인권위 게시물이 갑자기 바뀐 데는 인권위 안팎의 지적 때문이다.

사실 '피해 호소자'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가 확인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저 피해를 호소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하지만 바로 이 의미에 이번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사건에서 이 '피해 호소자'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고소인의 고소에 따른 성추행 의혹사건 조사가 이뤄지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자가 용기를 내 피해를 고백했지만 이번 박 전 시장의 피해 호소인의 경우 영원히 법적으로 '피해 호소인'에 머물 공산이 큰 것이다.

즉 여권 인사들이 쓰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의 이면에 이 같은 '아주 못된' 의도가 숨어있다.

여권 주요 인사들이 쓰는 것도 문제지만, 인권위가 그 표현을 그대로 원용했다는 점은 더욱더 문제다. 인권위야말로 우리 사회 인권을 침해받는 약자들의 마지막 보루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인권위의 활동에는 이 같은 인권위의 존재 목적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지난해 불거진 탈북어민 북송사건에 대한 조사가 8개월째 감감무소식인 게 단적인 예다. 최근에는 체육계 폭력 사태를 근절하기 위한 권고안을 '정무적인 이유'로 집행하지 않다가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런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사건에 대한 진정 조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과연 인권위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조사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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