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채권재분류 시점에 각각 가용자본을 1조원 가량 늘렸지만 자본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RBC)비율은 100%포인트나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분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가용자본은 각각 15조380억원, 13조1576억원으로 한화생명이 교보생명보다 1조8803억원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한화생명의 요구자본이 교보생명보다 2조3213억원 더 많아 RBC비율은 크게 차이가 난다. 1분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각각 246%, 346% 수준이다.
한화생명-교보생명 연도별 RBC비율 현황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과 채권재분류를 통해 가용자본을 늘려왔지만 건전성 관리에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교보생명이 한화생명보다 건전성에서 우위를 보인 이유는 일관성있는 자산운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2017년 7월 5570억원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이후 같은해 12월 약 30조원의 만기보유금융자산 채권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 이후 자본증액과 재분류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RBC비율이 2018년 말시점부터 300%까지 올랐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금리 인상기였던 2017년에는 25조원 가량의 채권을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가 금리 인하시기가 오자 지난해 말 만기보유금융자산 전액(34조4376억원)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바꿨다.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채권을 변경했을 시기에 한화생명은 채권평가손실액을 일부 줄었지만 환헤지 등 해외채권매입을 통한 파생상품손실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기타포괄손익(OCI)은 급감했다.
이차역마진에 따른 준비금 전입과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로 가용자본이 급감한 한화생명은 2017년과 2019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확충 규모를 1조원 가량 늘렸다. 또 지난해말에는 34조원 규모의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각자 채권재분류한 금액은 30조원 수준인데 가용자본이 늘어난 금액은 약 1조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건전성 자체는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행 회계기준상 채권을 포함한 자산은 시가평가가 가능해 평가이익이 자본에 반영되지만 부채는 원가평가를 하고 있어 채권재분류를 통한 가용자본 증액은 단지 자본건전성을 맞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부채시가평가가 임박해오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의 채권재분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경제적 의사결정에서보면 채권재분류를 했어도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도입시 다시 가용자본은 줄어들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확충이나 상품 판매과정에 있어서 RBC비율이 신용도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현재로서 건전성을 맞추는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한화생명이 지난해 채권재분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환헤지로 파생상품평가손실이 크게 늘어났지만 신용등급하락으로 외부 자본확충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채권재분류를 진행하는 것이 한화생명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분기 각 보험사별 매도가능금융자산 비중 현황(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외 생보사들도 채권재분류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분기 NH농협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의 매도가능금융자산 비중은 각각 33%, 40%, 37%로 빅3보다 낮다. 이들 세 보험사도 상반기 중 채권재분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