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유통규제를 무장해제 시키라

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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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유통규제를 무장해제 시키라
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장면1 남대문시장. 엘리베이터가 없는 남대문시장 상가 층계에는 팔려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이를 따라 올라가면 옥상에 컨테이너로 만든 상인회 사무실이 있다. 동행세일 기간 만난 남대문시장상인회장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정부지원책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상가는 7월 9·10·11일이 동행세일이다. 가게만 만개가 넘는 남대문시장에 정부가 지급한 (동행세일 홍보)플랜카드는 딱 5개. 상인회장은 "소독제와 물을 길거리에서 나눠줄 예정이나 코로나19로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효과가 있을 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면2 롯데월드몰. 잠실에 문을 연 이 쇼핑몰 화장실에는 파우더 공간과 세면 공간, 양변기가 있는 개별 화장실 안에도 파우더 공간이 또 있다. 각 층마다 화장실은 컨셉을 달리 한다. 예년보다 한 발 빠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집 근처 몰에서 쇼핑과 함께 식사와 여가까지 해결하는 '몰링(malling)'족이 늘고 있지만 평일에는 비교적 한산하다. 코로나19는 전통시장 뿐 아니라 화려한 복합쇼핑몰도 할퀴고 갔다. 잠실 본사에서 만난 롯데 임원은 "오프라인 자산을 활용해 고객들이 옴니 채널을 활용하도록 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너나없이 신음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2분기 적자가 예상되고, 국내 1위 헬스앤뷰티(H&B)스토어인 올리브영은 매출이 전년 동기 60~70%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유통업체들은 비용을 전년 대비 30~40% 삭감했다. 업계는 "예산부서에서 예산을 따내는 자체가 전쟁"이라고 말한다. 이 가운데 21대 국회는 유통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형 유통점(복합쇼핑몰·백화점·아웃렛·면세점·전문점)의 영업과 출점을 더 강하게 틀어막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정말 국내 유통시장의 문제가 '오프라인 유통 규제'가 부재해서일까. 대규모 유통기업 직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전통상권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1년 중 24일의 의무휴업일. 이미 롯데는 주중 하루를 재택근무하고, 신세계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의무휴업으로 인해 이번 정부 주도 동행세일 기간 중 대형마트는 6월 28일과 7월 12일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 대형마트의 임대 운영 쇼핑몰에서 장사하는 업체 중 70%는 여당이 그토록 보호하겠다고 하는 소상공인들이다.

전통시장은 나름의 가격 경쟁력과 친숙함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정형화된 편리함으로 각기 소비자를 유인하면 될 일이다. 억지로 한 쪽을 억누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유통규제는 각각의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이 고른 발전을 하도록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도 "소비행태가 달라지고 있어 의무휴업을 1년 중 24일 하는 게 (대형 유통점이 겪는)어려움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오프라인 쇼핑 거래액을 훌쩍 앞질렀다는 통계가 눈에 띈다. 실제 식료품을 구매하거나, 패션명품을 살 때의 '소비행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유통도 온라인유통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날로 커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포털(대규모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과 유통공룡이 함께 싸우는 시대다. 누가 누구의 경쟁상대라고 단언하고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앞으로 닥칠 규제에 미리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커머스에 박차를 가하는 카카오·쿠팡·네이버는 대관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현재 월마트,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ICT기업 뺨치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정치논리에 휘말려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수많은 규제와 법률이 질서를 잡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기업을 옥죄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

빵 하나도 배달해 먹는 시대에 출점규제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겠는가. 가뜩이나 국내 유통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여전히 내수산업에 머물러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남발하는 대신 각 유통채널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혁신하도록 돕는 게 훨씬 시급하다. 지금은 '애프터 코로나' 이후 유통산업이 퀀텀점프를 해야 할 분기점이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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