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으로 변질된 조문정국…“이성과 상식없이 진영싸움…정파 떠나 사회적 합의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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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았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故) 백선엽 장군을 둘러싼 논란이 진영 간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박 시장은 3선 서울시장으로서의 공(功)과 성추행 의혹이라는 과(過)가 충돌하면서 서울특별시장(葬)과 영결식의 정당성을 놓고 여론이 분열되고 있고,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공과 친일행적이라는 과를 따져 현충원 안장이 타당한지 논쟁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여론을 등에 업고 소모적 정쟁에 불을 붙일 게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공인들의 역사적 공·과를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를 만드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3일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박 시장과 백 장군의 논란은 기본적으로 진영싸움이 한국사회를 얼마나 구조적으로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성과 양심을 뛰어넘어 우리 편이면 항상 옳고, 반대편이면 항상 틀린다는 논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분열양상을 짚었다. 박 평론가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목숨을 잃었으니 서울시장(葬)으로 치러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다면 불필요한 논란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공무도 아니고, 성추행 의혹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추모를 하는 게 타당하냐라는 문제 제기는 틀린 게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토론하고 고민을 하지 못했다"면서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소모적 국론분열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교롭게 박 시장과 백 장군의 사망 시점이 겹쳐 억지로 진영 간 대결로 연동됐으나 개별적으로 두 사안은 본질이 다르다"며 "진보진영에서는 박 시장의 과를 덮으려고 백 장군의 과를 부각하고, 보수진영에서는 백 장군의 과를 묻으려 박 시장의 과를 꺼내 들어 상호 간의 잘못을 상쇄하면서 갈등이 거의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런 부분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인데 공사구분이 안되고 있다. 정파의 이익만 있고 국익은 궤멸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공인의 공과는 단순히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공과 과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를 더 엄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나 백 장군의 친일행적 논란은 진보와 보수 등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를 구분할 문제가 아닌데 지나치게 정쟁으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박 시장의 문제는 직장 내 위계질서에 의한 성추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진상을 규명하고 발본색원해야 할 문제"라며 "'사람이 죽었는데 너무한다'고 덮고 가기에는 굉장히 큰 문제다.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서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드는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하고 가는 것이 정쟁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정쟁으로 끌고 가면 진보든 보수든 진영결집 외에는 도움될 것이 없다. 진흙탕 싸움밖에 안된다"면서 "정치권이 지혜롭게 해결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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