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칼럼] `10월 서프라이즈`는 없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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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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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칼럼] `10월 서프라이즈`는 없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주 방한했다. 주요 동맹 이슈에 관한 전략적 소통 외에도 북핵 해법과 군사 도발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전했을 것이다. 비건 부장관 방문을 계기로 국내 일각에서는 '악토버 서프라이즈'가 회자되고 있다. '미국 대선 직전의 충격적인 이벤트'로서 미북 정상회담을 기대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계산을 마친 듯하고 미국 대선 전에 더이상 놀랄 일은 없을 것 같다.

비건 대표는 지난 8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한미관계 현안을 다루는 다양한 책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흘러나오지 않고 있지만,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여러 한반도 현안들이 논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모았던 북한과의 만남은 갖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간 극적인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이전에 만남을 갖고 비핵화 합의에 서명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은 고립을 탈피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를 대선에 활용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잘만 진행되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다시금 힘을 받을 수 있기에 포기할 수 없는 '희망적 상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무기와 핵물질을 보유하려는 부분적 비핵화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영변과 기타 핵시설을 포기할 수 있지만 이미 개발해 놓은 핵무기와 생산해 놓은 핵물질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변 핵시설과 대북제재의 핵심 부분을 교환해야 한다. 제재만 사라진다면 북한은 저임금의 성실한 노동력만으로도 경제적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중국이라는 경제적 배후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핵 협상은 북한이 주도권을 갖는다. 기타 핵시설로 주한미군 문제를 엮고 미국이 불응하면 현상 유지만 하면 된다.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는 길이다.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딜(no deal)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영변과 기타 핵시설의 포기를 한 번에 받아 내야 기타 핵무기와 핵물질은 나머지 대북제재와 주한미군 감축 등을 활용하여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 이 역시 낙관적인 전망이고,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끝내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 협상에 있어서의 근본적 시각차를 제외하고도 10월 만남을 어렵게 만드는 추가적인 요인들이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 된다면 다음 4년을 위해 보험을 든다는 관점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지만, 현재 여론조사에서 적게는 4%, 많게는 14%까지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에서도 북핵 문제가 과연 자신의 재선에 큰 도움이 될 지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1994년 미북간에 체결된 '제네바 합의'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클린턴 행정부의 적극적 노력으로 그해 10월에 체결되었지만, 이를 외교적 성과로 선전했던 클런턴 행정부는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또한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미국의 여러 전문가들이 악토버 서프라이즈를 경고함으로써 더이상 서프라이즈가 아닌 이슈가 되어 버렸다.

북한 비핵화의 문제는 한반도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 사안이다. 그 누군가의 결단만으로 그리고 정상회담 한 두 번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김정은 체제는 핵 보유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체제 생존에 필요한 절대무기로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안보에는 큰 위협이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대화만 이어가면 좋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천만한 모험일 뿐이다. 정상회담의 화려한 잔치는 이미 끝났다. 이젠 내실을 다지고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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