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샌드박스' 승인 불구
기관생명윤리위 심사 가로막혀
1년 넘도록 비용·시간 허비한 셈
복지부 뒷짐에 사실상 방치 수준
기관생명윤리위 심사 가로막혀
1년 넘도록 비용·시간 허비한 셈
복지부 뒷짐에 사실상 방치 수준
![[단독] 양파 같은 규제… 손도 못 댄 `DTC`](http://contents.dt.co.kr/images/202007/2020071302100151102001[1].jpg "[단독] 양파 같은 규제… 손도 못 댄 `DTC`")
미래 의료서비스의 하나로 주목받는 DTC(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 서비스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고도 1년이 넘도록 사업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용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사 벽에 부딪친 탓이다. 정부의 한쪽 팔(산업부)이 풀어준 규제를, 다른 한쪽 팔(보건복지부)이 가로 막은 셈이다.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마크로젠을 1호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시작했던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이날 현재 선정 사업자 4곳 가운데 3곳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 한 곳도 총 24개 검사 서비스 항목 중 불과 6개만 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이다.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일반 소비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민간 바이오기업에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해 질병예방과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검진서비스다. 현재 국내 생명윤리법상에서는 체질량지수, 탈모 등 56개 항목에 대해서만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용 IRB의 심사 벽을 넘지 못하고 실증특례 서비스를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 실증특례 부여 사업자 4곳 중 테라젠이텍스만이 IRB를 통과한 상태다. 테라젠이텍스의 경우도,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허용받은 24개 검사 항목 중 6개만 IRB 승인을 받았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고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든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고도 IRB의 심사 준비에 기업들은 돈도 돈이지만 시간 낭비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규제 샌드박스 자체가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A사의 경우, 13개 질환에 대한 실증특례를 허가 받았지만, IRB에서 연구계획서 전체를 수정할 것을 지시하면서 현재 이 작업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질병 항목으로 DTC 유전자검사를 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실증해보려고 실증특례를 받은 것"이라며 "하지만 IRB에서는 아예 설계부터 잘못된 것 같다며, 수정을 요구해 사업 추진이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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