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환 KB국민은행 CDIO
“악플은 선생님…앱 평점 60점서 88점되기까지 무한 소통”
독자인증 플랫폼 KB모바일인증서 가입자 400만명 돌파
"고객이 즐거운 마음으로 금융 이해할 수 있도록"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앱 평점을 확인하는 일은 숨 쉬는 일과 같다. 고객이 남긴 쓴소리는 전부 읽는다. '뽐뿌' 같은 인기 커뮤니티 속 고객의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손에 쥔 스마트폰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사무실 한켠 대형모니터로 눈이 간다. 센터 상황실에 있을 법한 모니터 속 그래프는 고객들의 신용대출 이동전환율 분석 현황. 가입버튼 클릭부터 실제 대출실행 완료 과정에서 몇 명의 고객이 어떤 과정에서 빠져나갔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1580명의 고객 중 905명이 세 번째 단계인 신용정보 입력 과정에서 이탈된 게 확인된다. 대출약정 확인 과정을 끝으로 실제 대출을 받은 고객은 129명. 3일 오후 3시17분 현황이다.
비이공계 출신으로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인 KB금융의 디지털혁신총괄(CDIO) 임원을 겸직하며 스스로를 '디지털뱅크 서당개 3년, 풍월을 읊게 됐다'고 소개하는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 얘기다.
"스마트폰이 곧 은행인 시대입니다. 1년에 한 번 가는 은행이 과연 필요한 은행일까요. 매일 찾는 은행이 '찐(진짜)은행입니다.'"
여의도 세우빌딩 5층 집무실에서 만난 한동환 부행장은 디지털타임스와 만나 "포스트 코로나는 금융의 언택트 전환에 불을 붙였고 일상의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고객 금융소비 채널의 무게중심도 비대면채널로 이동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비대면채널 거래를 더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대면채널은 더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로 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완전한 언택트 뱅킹' 구현을 위해 남들보다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정서적 완전판매'를 위해 사고체계 자체를 비대면으로 가져가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는 그다.
카카오뱅크라는 견주기 좋은 경쟁상대의 존재는 힘이 되는 약이라고 했다.
"카카오뱅크의 '메기효과'는 조직의 디지털 DNA 전환 과정에서 위기 의식을 안겨줬습니다. 괴롭긴 하지만 좋은 맞수이자 좋은 선생님이죠."
메기효과란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한다. 3000만 고객을 기반한 KB국민은행의 견제에는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첫해 한 번도 내준 적 없던 KB스타뱅킹의 월 실사용자(MAU) 1위 자리를 뺏긴 뼈아픔이 자리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에 따르면 5월 기준 MAU 1위는 KB국민은행, 2위는 카카오뱅크로 700만명을 웃도는 두 선두 간 월 사용자 차이는 50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4년차인 올해는 어느 때보다 힘줘 나가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KB스타뱅킹의 월 실사용자(MAU)를 100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포부도 감추지 않았다.
"고객은 서비스에 만족하고 감동할 때 자발적인 충성고객이 된다고 믿습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라고 하잖아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을 통해 매일 살아있는 의견을 듣는 이유인데, 하루 24시간 지적받은 악플을 보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곤 곧 해답을 찾아 답했죠. 그 결과 과거 3점대던 앱 평점은 현재 4.4점(5점 만점)대로 올라왔어요. 현재는 모바일뱅킹 고객이 1500만명에 머물러 있지만 2500만, 3000만으로 느는 건 머지않을 것으로 봅니다."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민간 사설인증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안전성'을 무기 삼은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독자 인증 플랫폼을 탑재해 지난해 7월 자체 개발한 'KB모바일인증서'다. 가입자수는 최근 가입자수가 400만명을 돌파했다.
"숨기는 게 기술력인 경쟁입니다.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소프트웨어(SW) 보안뿐 아니라 하드웨어(HW) 영역에까지 보안기술을 적용해, 기술정도가 심화한 저장방식인 만큼 안전하다고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날 한 부행장이 수 차례 언급한 '정서적 완전판매'가 뜻하는 것이 궁금했다.
"'핀테크가 쉽다', '금융이 쉽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은행이 어렵다는 고객이 많습니다. 그걸 넘어서야 한다는 건데 비대면에서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정서적인 이해, 다시 말해 즐겁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고객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어요. 고객이 즐거운 마음으로 상품과 서비스가 이해되게끔 디지털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이 3일 여의도 세우빌딩 5층 집무실에서 디지털타임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KB국민은행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