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제, 제약시장 `블록버스터`로 뜬다

생명연 '바이오 이슈 콘퍼런스'
"희귀질환, 의료 사각지대 여전"
전문가, 임상시험 활성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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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치료제, 제약시장 `블록버스터`로 뜬다
지난 3일 대전 생명연 본원에서 '희귀질환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바이오 이슈 콘퍼런스'가 열렸다.

생명연 제공


희귀질환 치료제가 '21세기형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 들고 있으며, 중소 바이오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등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더 이상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으로 눈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희귀질환은 환자의 희귀성으로 인해 진단, 치료, 예방과 관련된 연구개발이 어려운 질병으로, 환자는 있지만, 적합한 치료제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 2만명 이하(인구 10명당 4.25명 이내)의 질환 중 진단의 명확성과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수준 등을 고려해 현재 1014개가 지정돼 있다.

◇80% 이상 유전·선천성 질환…치료법 없어 의료비 부담 커=지난 3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희귀질환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한 '바이오 이슈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대응 및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

이날 안윤진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장은 "희귀질환은 80% 이상이 유전적·선천적 질환으로, 치명적이거나 장애를 초래하며, 만성화 및 대물림 경향이 크다"며 "대부분 치료법과 치료제가 없어 환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2월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이후 지정된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산정특례'와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방법이 없거나 치료법이 보험에 등재돼 있지 않으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안 과장은 "진단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사업'과 여러 기관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희귀질환 특성 및 경과 등을 관찰하는 '희귀질환 임상연구 인프라 구축사업', 희귀질환 연구를 위한 '범부처 R&D 기획연구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소개했다.

◇"정부 차원 임상시험 활성화 해야"=전문가들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내 임상시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이 2014년 970억 달러에서 2020년 1760억 달러로 연 평균 10.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제약시장의 같은 기간 연 평균 성장률 5.3%에 비해 2배나 높은 규모다. 그만큼 희귀질환 치료제가 미래 제약시장의 '블록 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신곤 고려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희귀질환 의약품 비용은 비희귀 의약품과 비교해 4∼5배 가량 높고, 현재 추세라면 2024년에는 전 세계 처방약 매출액의 5분의 1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패스트 트랙, 우선심사 등 개발과정에서 정책적 혜택과 높은 약가, 독점권 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성공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파급효과가 상당히 높아 글로벌 제약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케다, 사노피, 셀진, 노바타스 등 이른바 글로벌 빅 파머들은 각각 샤이어, 바이오베라티브, 주노, 아베시스 등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중소 바이오 기업들을 경쟁적으로 인수하며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희귀질환 관련 연구는 중소·벤처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가 임상1상에 머물려 있고, 임상 2상, 3상에 진입한 연구 역시 희귀질환자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 공유 부족 등으로 임상시험을 조기에 마쳐야 하는 등 매우 취약한 생태계에 놓여 있다. 김 교수는 "국내 희귀질환 연구 활성화를 위해 국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희귀질환 데이터 제공과 임상 연구자, 환자, 개발사, 의사 등이 관련 정보를 공유·교류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확대를 위한 플랫폼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희귀질환 및 코로나19 백신도 유전자 치료법이 대안"=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유전자 치료법이 유용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전학 분야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안전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 유전자 치료법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는 "면역치료제로 쓰이는 'CAR-T 세포'의 경우 대표적인 유전자 치료법 중 하나로, 희귀질환 치료에 성공 사례로 속속 보고되고 있다"면서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와 유전자 편집기술 등 유전자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 치료방법이 없었던 다양한 난치성·희귀질환을 치료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역시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법으로 영국, 중국에서 임상3상에 진입했을 정도로 그 약효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다만,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유전자 치료제 생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 등이 뒷받침될 때 유전자 치료법은 희귀질환 치료제나 코로나19 백신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의 기반 기술로 널리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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