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사태 등 외부악재 경험에도
지나치게 낙관 '우려가 현실로'
옥석가리기 통폐합과정 거칠 듯
지나치게 낙관 '우려가 현실로'
옥석가리기 통폐합과정 거칠 듯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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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항공업계의 위기와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차례 외부 변수로 인한 악재를 경험했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하며 낙관론만 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항공업계가 해운업의 재편 과정을 따라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3월 신규 항공면허를 발급받은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올 하반기 중 첫 취항에 나설 경우 국내 항공사 숫자는 국적사 2곳(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저비용항공사(LCC) 9개까지 총 11개에 이른다. 에어로케이는 이르면 8월 중 청주~제주 노선의 첫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고, 에어프레미아 역시 지난 3월 150여명의 객실승무원 공개채용을 시작하는 등 취항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및 플라이강원 3곳에 대해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규 발급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양양~제주 노선을 운항 중이고 오는 8월에는 부정기편 신규취항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경쟁 촉진, 지방공항 활성화, 고용 창출 등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과잉공급을 우려했다. 불과 2017년 사드 사태를 경험했음에도 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하면서 정치적 논리로 풀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곧바로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가 연달아 터지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미국의 경우 1978년 항공규제 완화 후 100여개의 LCC가 난립했지만 현재는 9곳으로 통폐합됐다. 일본(8곳)과 중국(6곳)도 한국보다 적어 국내 항공시장은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다수 글로벌 항공사들은 여객과 화물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여객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나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운송 비중이 20~30%를 차지하지만 LCC는 여객 비중이 95%를 넘는다. 안 그래도 과잉 공급 체제인 상태에서 글로벌 록다운(이동제한)으로 수요가 급감하자 국내 항공사가 받는 피해가 더 컸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공급이 과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며 국내 항공사들은 해외 여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데 정작 국내 시장 경쟁만 더 치열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항공시장 재편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상황은 복잡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좋지 못한 부진한 업황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건은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앞서 2018년엔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작년에는 에어프레미아에 대해 면허취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유지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그럼에도 업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재무여건이 취약한 항공사는 결국 퇴출시키는 등 자연스러운 통폐합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사례를 봐도 2000년 이후 미국은 아메리카항공과 US항공,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턴항공이 합병했고, 유럽의 경우 독일 루프트한자가 스위스항공과 오스트리아항공을, 에어프랑스는 네델란드의 KLM을 인수하는 등 대형 항공사도 적극적인 시장 재편을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항공업계가 해운업종의 재편 과정을 따라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해운업종의 경우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적 선사는 HMM(옛 현대상선)만 남았고, 중견사인 흥아해운은 주력 사업이던 컨테이너 부분을 4위인 장금상선에 넘겼으며 현재는 워크아웃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부채비율이 작년말 1387%에서 올 3월말엔 6280%로 급격히 악화됐다. 이스타항공은 자본총계가 -1042억원으로 전년 동기(-632억원)보다 손실규모가 늘었고 완전자본잠식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자금을 투입하더라고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시각과 과거 한진해운 사태를 고려하면 국적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금 투입에 부정적인 측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격이었던 과거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례를, 살려야 한다는 측은 한진해운이 2017년 파산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해외 선사에게 다수 뺏겼던 점 등을 각각 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사가 사라질 경우 해당 기업이 보유한 네트워크는 모두 외항사로 넘어가게 된다. 해운업도 네트워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경우 외황사가 독점 과잉 요금을 요구하는 등 후폭풍이 우려되고 네트워크를 회복하는 데도 만만찮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금융 논리로만 접근하기엔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무여건이 어려운 기업의 경우 M&A 과정을 거치는 것이 선순환구조로 가는 방향"이라며 "해당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자금지원이 이뤄져야지 그렇지 않다면 시한폭탄을 안고가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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