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3개월 새 국공채 3조원 증가
한화생명-KDB생명-NH농협생명 해외투자 대폭 축소
일부 보험사 환헤지 위험회피위해 해외채권 줄여
초저금리에도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공채 투자비율을 높이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말 보험업계의 요구에 따라 해외투자비중 한도를 총자산의 50%까지 높였지만 일부 주요 보험사들은 국공채 보유비율을 높이고 있다. 금리 인하와 경기불황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환헤지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생명과 농협생명은 올들어 해외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4월 유가증권 중 해외투자(외화유가증권)를 올해 1월 대비 1조6421억원 줄였고 NH농협생명은 3320억원 축소했다. 같은 기간 KDB생명과 동양생명도 해외채권을 각각 5434억원 1657억원 줄였다.
주요보험사 4월 기준 해외투자 감소액· 국공채 보유 비율현황(출처=생명보험협회)
한화생명은 올 초까지 국공채 비중이 37%였는데 2분기 들어 비중이 2%포인트 증가했다. 국공채 비중을 늘린 대신 해외투자 비중을 대폭 줄였다. 한화생명은 3개월 간 해외채권 규모를 1조원 이상 축소한 대신 국공채 비중을 1조원 가량 늘렸다. 3개월간 한화생명의 국공채 증가액은 1조4863억원에 달한다.
농협생명은 3개월간 현금·예치금 등 단기성 유보자금을 2107억원 늘리고 해외유가증권 보유액을 3320억원 줄였다. 한화생명과 농협생명은 1~2년간 환헤지비용 증가로 실적이 대폭 하락했다. 해외투자를 늘린 보험사들은 파생상품 추가 매입으로 위험을 회피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환스왑금리가 내려가 위험이 커진다.
이 같은 위험에 한화생명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1조2652억원, 1조7673억원의 환헤지 비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92% 줄었다.
농협생명은 환헤지 비용증가에 2018년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35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도 8880억원의 파생상품 손실로 환헤지 부담이 있었다.
한편 올해 4월 기준으로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국공채 보유 비율은 전체 유가증권의 52%로 절반을 넘었다. 유가증권의 절반 이상을 국공채에 투자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 ABL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유가증권중 77%를 국공채에 투자할 정도로 국채 비중이 높은 보험사로 꼽힌다.
국공채는 장기채 중에서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는 국고채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진다. 이에 국공채 등 국채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저금리에 운용자산이익률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보험권은 이차역마진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와 경기불황 등으로 국채 중심의 장·단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