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르면 이번주 초 '배터리 회동'을 한다. 앞서 지난 5월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달 22일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각각 만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후 누구와 손잡고 어떤 성과물을 보여줄 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하기로 하고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다. 이르면 오는 7일께 충남 서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두 총수가 만나 배터리 관련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은 국내 3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부터 양산되는 현대·기아차의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입찰을 거쳐 약 5년간 10조원 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주로 기아차에서 만드는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사용돼 왔는데 앞으로는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로도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하반기에 발주될 현대차 E-GMP의 3차 물량 수주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사업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급 부족에 선제 대응하고 동시에 차세대 벨류체인 구축 등 협력방안을 찾기 위해 이번 릴레이 회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글로벌 전기차 공급 순위 4위인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를 팔아 수소전기차를 합쳐 세계 3위권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아차도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에는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번 협력으로 제2의 반도체로 전략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서의 괄목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며 올해 들어 5월까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총량은 LG화학이 누적 점유율 24.2%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SDI가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글로벌 7위 자리에 올라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톱 10위권에 없었지만 올해 들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삼성SDI를 맹추격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현대차와의 협력으로 추가 물량을 확보, '글로벌 톱5' 자리를 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사업형 지주회사인 SK㈜를 활용해 차량공유 업체인 쏘카와 그랩은 물론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인 오토노모에도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차장에는 쏘카 전용 공간이 마련돼 있고 최 회장이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4월 19일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에 방문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