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3일 국회에 제출한다. '특례시(市)' 지정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기초단체들이 서로 특례시로 지정 받으려는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추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쟁점이 될 특례시의 '재정권한'에 대해서도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간 입장이 달라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때도 제출됐던 것이다. 하지만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행안부는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인구 100만명 이상'이었던 특례시 기준을 '인구 50만명 이상으로서 행정수요 등을 고려해 행안부장관이 지정하는 대도시'로 완화했다.
기준이 완화되면서 인구 수만으로 특례시 지정기준을 충족하는 지자체는 16개로 늘었다. 현재 인구 100만명 이상인 기초단체는 경기 수원·고양·용인시, 경남 창원시 등 4곳이다. 경기 성남·화성·부천·남양주·안산·안양·평택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전북 전주시, 경남 김해시, 경북 포항시 등 12곳은 인구 50만명 이상 100만명 미만인 기초단체다.
이들 기초단체는 모두 특례시 지정을 희망하고 있다. 인구가 광역단체급으로 늘어나 행정수요가 폭증했는데도, 기초단체 재정·행정 권한만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기초단체인 수원시의 인구(120만명)는 광역단체인 울산광역시(114만명)보다 많다.
무엇보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재정 자율권이 대폭 커진다. 특례시가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정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특례시의 재정권한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행안부는 "대도시 특례 내용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고, 구체적인 특례시 권한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경기도에 속한 수원·고양·용인시는 '도세'를 '특례시세'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최근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행안부에 전달했다. 도세를 특례시로 이양하면 도에 속한 특례시 이외 지자체들의 재정 여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연구원의 '특례시 도입에 따른 재정특례 대안과 재정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세인 취득세의 50%를 특례시로 이전할 경우 특례시 재정은 용인 2853억원, 수원 2004억원, 고양 559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경기도와 나머지 시·군은 각각 4098억원, 836억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해 특례시 도입에 따른 특례부여 계획도 보다 책임있게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은 "특례시 도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정부 차원의 구체적 특례 부여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 사무만 지방에 넘길 게 아니라 그 사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재원과 재정권한도 함께 넘겨야 원활한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인구 50만 이상 100만 미만의 기초단체들의 재정권한이 늘어나는 '특례시' 지정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초단체들의 특례시 지정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사진은 인구 120만의 수원시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