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정밀심사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뿐 아니라 정의당도 3차 추경의 졸속심사를 우려해 1주일가량 본회의를 미루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3일 본회의를 강행할 생각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숫자를 앞세운 민주당의 횡포와 폭주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면서 "35조원의 추경을 해당 상임위원들이 평균 1시간 57분 만에 (예결위로) 넘겼다. 아마 한번 읽어보는데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말하자면 심사 없이 그냥 청와대 앞잡이로서 통과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은 코로나19 방역 추경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다는 추경에 민주당 의원들이 염치없게도 무려 3700억원이나 지역구 예산들을 새치기로 끼워 넣었다"면서 "그래도 국회의원으로서 추경 심사에 적극 참여해서 필요한 예산은 꼭 반영하고, 불필요하거나 선심성 예산은 깎으려고 했지만 민주당이 이것조차도 거부했다"고 핏대를 세웠다. 통합당이 추경 심사를 11일까지로 연장하자면 심사에 참여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한 것을 되짚은 것이다. 주 원내대표가 문제 삼은 증액예산은 △스마트자가통신망 확대예산 24억5000억원 △위험도로 구조개선 예산 17억5000만원 △한국해양진흥공사 출자예산 3000억원 △소재부품 자원순환 기술혁신센터 구축 200억원 등이다.
주 원내대표는 "오죽하면 (예결위에)참가했던 정의당조차도 이것은 심사가 아니라 무심사라고 뛰쳐나갔겠냐"고 따졌다. 통합당은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주에는 국회에 복귀해 원내 대여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의당도 3차 추경 심사를 최소한 1주일동안 심도 있게 심사하자고 민주당에 요청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35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예산안은 부처 보고도 생략된 채 각 상임위 예비심사를 '슈퍼 패스' 했다. 예결위 예산소위는 민주당 단독으로 4시간 만에 감액 심사를 마치기도 했다"며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심사 없이 35조원에 달하는 추경안을 처리한다면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정의당은 7월 임시국회를 곧바로 열어 추경 심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상임위 독식도 모자라 아예 야당 없는 국회를 원하는 것이냐"며 "민주당이 추경안 통과를 며칠 앞당기는 것보다 더 큰 정치적 손실을 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3차 추경 강행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은 3일 본회의에서 3차 추경안을 처리하겠다. 이번 추경은 6월 임시국회 처리, 7월 초 집행에 맞춰 추진하겠다"며 "통합당의 추경 졸속 심사 주장은 그야말로 생트집에 불과하다. 조금이라도 추경심사와 집행이 늦어지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고 했다. 대신 민주당은 3차 추경에 청년 맞춤형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청년 주거 금융지원에 2500억원, 청년 일자리 지원에 1000억원, 청년 창업 지원에 100억원 등 총 3600억원 규모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로 등을 돌린 청년 민심 달래기용으로 읽힌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20대를 위한 청년 맞춤형 지원 예산을 3차 추경에 추가하겠다"며 "청년과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당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17석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에 여론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어 3차 추경마저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여론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한 공감도(tbs 의뢰, 조사기간 1일)' 조사결과 '잘못했다'는 의견이 50.7%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잘했다'는 의견은 38.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7%로 집계됐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제3차 추경 심사과정에서 민주당이 증액한 지역사업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