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동행세일이 한창이었던 지난달 말 시장을 찾은 기자가 한 상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시장은 평일임을 감안해도 대체로 한산한 편이었다.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다른 상인은 "딱히 지침이나 공문이 내려온 게 없다"며 "동행세일에 대해 모르는 상인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없어 문을 닫는 상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지침 없이 자발적인 참여로 세일 분위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동행세일 행사가 시작된 지난주 소상공인 매출액은 코로나19 발생 이전(평소)보다 33.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동행세일 행사가 시작되기 전(-31.6%)보다도 뒷걸음질친 것이다. 전통시장 매출 감소율도 28.5%로 전주(26.6%)보다 확대됐다. 동행세일 효과보다는 정부지원금 소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음날 찾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역시 동행세일과 관련된 분위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점포마다, 브랜드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여름 세일 행사들이 더 눈에 띄었다.
소비자들 역시 동행세일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현미진(33)씨는 "동행세일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혜택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며 "휴가를 앞두고 여름 세일을 할 것 같아서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동행세일을 시작한 지난달 25일부터 7월 1일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요일(2019년 6월 20~26일) 대비 0.1% 감소했다. 주류와 축산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나머지 카테고리에서 역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매출이 소폭 증가한 백화점들 역시 동행세일보다는 기간이 겹친 자체 여름 정기세일이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기간 매출이 7% 개선된 현대백화점의 경우 동행세일과 관련성이 낮은 해외패션(35%), 골프(23%) 카테고리가 고성장했다.
다만 기존 여름 정기 세일을 준비하던 유통업계로서는 동행세일을 통해 손해볼 것은 없다는 분위기다. 어차피 여름을 맞아 대규모 행사를 진행해야 할 상황에서 정부가 테마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최성수기를 맞이한 가전양판점과 중소기업 제품에 강점이 있는 이커머스들은 동행세일 효과를 어느 정도 누렸다는 판단이다.
전자랜드는 동행세일 기간인 6월 26~30일까지 가전 판매량이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TV는 21%, 냉장고는 93%, 밥솥은 50%, 에어컨은 17% 판매 성장을 기록했다. 행사 내 1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최대 5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등을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유인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같은 기간 TV가 92%, 냉장고가 58%, 에어컨이 6% 성장하는 등 동행세일 효과를 누렸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동행세일 행사로 캐시백과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여름 가전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의 경우 중소기업 제품 중심으로 할인 쿠폰을 제공하거나 우수 상품을 추천하는 등 동행세일 규모를 키우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등 동행세일 행사 상품에 할인 쿠폰을 준비한 업체들은 준비한 쿠폰이 모두 소진되기도 했다. 실제 3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업체도 나오는 등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의 매출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티몬 관계자는 "기존에 준비했던 35% 할인 쿠폰이 조기매진되는 등 관심이 높다"며 "이에 쿠폰 발급 기준을 조정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동행세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2일 한산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은 서울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서 외국 관광객을 비롯해 하루 40만 명의 사람들이 찾던 시장이다. <심화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