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90%이상 클라우드 전환
그룹 핵심 솔루션 ERP 단일화
본사 CEO 파격조건이 변수 될듯
그룹 핵심 솔루션 ERP 단일화
본사 CEO 파격조건이 변수 될듯
오라클 제공
SAP 제공
"다 차지하지 못하면 전부를 잃는다."
3000억~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LG그룹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를 앞두고,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와 오라클이 정면대결을 벌인다. 일부 계열사는 SAP, 나머지는 오라클 ERP(전사적자원관리)를 쓰던 LG그룹이 ERP를 모두 단일화하기로 하고, 막판 저울질 작업이 한창이다. ERP는 인사·회계·구매 등 기업 핵심 업무시스템 처리에 쓰는 솔루션으로, 디지털 경쟁력과 언택트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LG그룹, ERP 단일화 추진=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8월께 단일 ERP 솔루션을 결정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의 IT 시스템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핵심 솔루션을 표준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LG화학,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제조·통신기업들은 SAP의 ERP를,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전자부문은 오라클 ERP를 쓰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SAP ERP로 통일해 쓰는 것과 대비된다.
LG전자는 2005년부터 1500억원을 투입해 오라클 ERP를 도입했다. 한국과 해외법인 ERP를 통합한 시스템을 2008년 1차 개통한 데 이어 2011년 1월 전면 가동했다. 이를 통해 생산, 구매, 영업, 재무 등 전체 경영자원과 정보를 단일 시스템 안에서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갖췄다. 당시에도 오라클과 SAP의 치열한 경쟁 끝에 오라클로 결정됐다. LG디스플레이 등 전자부문 계열사들도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2002년부터 20년 가까이 SAP ERP를 써 왔다. SAP R/3 솔루션을 써 오다 2007년 SAP ERP 6.0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국내와 글로벌 업무시스템을 통일했다.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도 SAP을 사용해 왔다.
◇SAP vs 오라클, "물러설 수 없는 싸움"= SAP와 오라클로서는 LG그룹 프로젝트를 물러설 수 없다. 특히 오라클으로서는 LG전자가 국내 최대 ERP 고객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표적인 하이테크 제조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SAP도 20년 가까이 연을 이어온 LG그룹의 석유화학·배터리·통신·생활건강 고객사를 지키는 게 급선무다. 삼성그룹에 이어 국내 대표 그룹을 한꺼번에 고객으로 확보하느냐 모두 잃느냐 사할이 걸린 것이다.
최근 수천억대 ERP 수주경쟁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드물다. ERP 변화는 전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기업들이 쓰던 제품을 계속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승부에서 이기면 코로나19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수천억원 대의 사업 기회를 쥐는 것은 물론 석유화학·가전·디스플레이·배터리 등 하이테크 기업들을 한꺼번에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 ERP와의 연동이 필수인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시장도 잡을 수 있다. 과거에는 ERP와 DBMS가 별개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ERP에서 데이터 처리방식과 속도가 중요해지면서 단일 플랫폼화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특히 LG그룹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최소 10년 가량은 연간 수백억에서 1000억원 내외의 유지보수 서비스 매출도 보장된다. ◇ERP 1위 SAP냐, 앙숙 오라클이냐= 국내외 ERP 시장에서는 SAP가 오라클에 우위에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경쟁에서도 SAP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SAP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ERP 시장에서도 1위 기업인 만큼, 글로벌 대표 기업의 업무방식과 프로세스가 솔루션에 담겼다. 국내에서도 LG전자·포스코·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업이 SAP ERP를 사용하고 있다.
◇"CEO 결정이 승부 가른다"=8월께 최종 발표가 나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SAP와 오라클 본사 CEO가 어떤 승부카드를 던지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고객을 잡기 위해 누가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느냐가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 외산 솔루션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 영업은 한국법인이 아닌 본사 차원의 싸움"이라 면서 "크리스찬 클라인 SAP 본사 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CEO가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가 마지막까지 결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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