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상임위원장 독식은 `협치` 이전에 `정치금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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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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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여당이 독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야당이 참석하지 않은 채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통해 모두 자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뽑았다. 1985년 구성된 12대 국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그동안 의석수에 따라 여야가 나눠 맡는 것이 관례였다. 성문화된 규정은 아니었으나 지금까지 여대야소(與大野小)든 여소야대든 수용돼왔다. 상임위원장 분점은 다수당이 독주하는 것을 견제하면서 여야 협력의 정치를 위한 장치로서 긍정적 기능을 했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이런 기제가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여당은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한 것은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례와 전통에 따라 미래통합당이 배수진을 치고 요구하는 법제사법위원장을 끝까지 내놓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면 '불감청고소원'인 셈이다. 민주당은 역시 주요 보직인 예산결산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면서까지 11대 7로 상임위원장 분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 통합당에 의해 거부되자 3차 추경의 시급성을 핑계로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을 결행했다. 도대체 법사위원장 자리가 무엇이길래 여야가 그토록 목을 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법사위는 법원과 검찰을 관할한다. 국정감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여당으로선 현재 청와대가 개입한 혐의가 짙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드루킹 여론조작, 이재수 감찰무마 등 민감한 사건과 마주하고 있다. 더욱이 법원 인사조직체계를 혁명적으로 바꿀 사법행정위원회로의 전환도 노리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통합당 역시 그 반대논리로 법사위원장 자리가 중요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하면서 "그 어떤 것도 국민과 국익을 앞설 수 없다"고 했다. 지금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과연 국민과 국익을 위한 것인가. 법을 제정하는 의회에서 '관습법화' 한 상임위원장 분점을 일거에 무시하는 것이 과연 국익을 위한 것인가. 여당이 이렇게 강공으로 나가는 것은 청와대와의 조율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협치'를 말해왔다. 상임위원장 독식은 협력 정치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마저 내팽개치는 일이다. 제 근육을 주체하지 못하는 10대 골목대장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상임위원장 독식은 정치의 금도(襟度)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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