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인국공 가짜 정보와 가짜 정부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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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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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인국공 가짜 정보와 가짜 정부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얼마 전 4학년 학생들에게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인천공항 취업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라는 무관심 학생부터, "뭐, 그 사람들의 운이죠"라는 체념형, "그건 일방적 특혜이기에 말이 안됩니다"라는 항변까지 학생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지난 23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청원에는 28일 오후 현재 25만 8302명이 청원동의를 하였다. 이 문제는 단지 한 공기업의 취업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현실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번에도 가짜정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요즘 관심 현안을 보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국민들을 크게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가 있다"며 "정확한 대응과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절박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예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며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은 2018년 1조871억원 흑자, 2019년 8823억원 흑자를 기록한 알짜배기 공기업이다. 하지만 흑자의 이면에서는 정규직보다 훨씬 많은 비정규직 인력운용이 자리잡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의 1만490명의 근무자중 정규직은 12%인 126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8%는 비정규직 혹은 자회사 직원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배석했던 정일영 당시 인천국제공항사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비정규직들이 신분불안과 함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에 임금격차를 줄이고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사기업은 어쩔 수 없지만, 공기업부터 비정규직의 비중을 줄이자는 접근방식도 좋았다. 다만 '어떻게' 라는 방법에서는 낙제점이다. 인천공항은 물론 많은 공기업에서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합리적 논의 대신 청와대의 눈과 입만 바라보면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3년 안에, 대통령 임기 내에 정규직 전환을 한다는 목표만이 주어졌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였지만 '결과가 다 말해준다'는 성과지상주의에 매몰된 것이다.

시점 역시 문제다. 인천국제공항은 문 대통령의 방문일인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이전 입사자는 적성검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심각한 것은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만 로또 취업 행운이 주어진다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북한처럼 현장지도 시대를 열었다"고 비꼬았다.

코로나 19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올해 취업문은 지난해보다 더 좁아질 전망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청년들에게 "취업에는 너의 노력이 아니라, 운이 더 중요해"라고 힘주어 말한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현재 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분노하는 청년들을 자기 밥그릇 없어지는 것에 대해 투덜대는 존재로 전락시켰다.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일단 가짜뉴스, 가짜정보로 몰아세우는 것이 최근 유행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에도, 지난 4월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 사태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언론 탓, 가짜 정보 탓을 했다. 이 정도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에 가짜뉴스, 가짜 정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부러워할만 하다.

하지만 이는 사회 신뢰를 무너뜨려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나쁜 정부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3년 전 영국 주간지 스펙터이터(The Spectator)의 칼럼 제목이 생각난다. "가짜뉴스에 신경 쓰지 마라, 바로 가짜 정부이니까(Never mind fake news, this is fake government)." 어쩌면 우리는 그 칼럼 제목처럼 가짜 정부에 대해 신경을 써야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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