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좌파 포퓰리즘 흉내내는 통합당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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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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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칼럼] 좌파 포퓰리즘 흉내내는 통합당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재난지원금 100만 원 덕분에 여당이 총선에 압승하자 미래통합당도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했다. 차기 대선은 여야와 좌우를 넘어, 대중선동전략을 쓰는 포퓰리스트와 국가발전을 내건 스테이츠맨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자는 아르헨티나의 페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등으로 자원 부국인 남미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부자의 재산으로 민중을 잘살게 해준다는 이들의 달콤한 약속은 빈곤만 남겼다. 반면, 후자는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독일의 슈뢰더, 프랑스의 마크롱 등으로 쇠락하는 나라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돈만 쓰고 쓸데없는 간섭이나 하는 정부를 바꾸고, 국민에게 자유를 돌려주겠다는 상식 같은 평범한 정책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는 포퓰리즘의 비극에 빠졌다. 최저임금 올리고 복지지출을 늘려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은 성장도 소득분배도 모두 최악으로 만들었다. '사람중심경제'라고 선전했으나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는 파괴되었고 소득 불평등만 커졌다. '정부중심경제'로 바꾸면서 흑자재정이 졸지에 적자재정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포퓰리즘은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내걸었고 '평등경제'라는 단어까지 등장시켰다.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 손꼽히나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술 더 뜬다. 기본소득은 제2의 소득주도성장이고, 세금 늘리지 않고 구조적 불황을 타개할 묘수라고 궤변까지 늘어놓는다.

사람들은 유능한 지도자를 선출하려고 한다. 그러나 누가 유능한지 알 수가 없다 보니 인기가 높으면 유능하다고 착각해 포퓰리스트를 선택하고는 나중에 후회한다. 포퓰리스트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시하고 독재로 나아가기 때문에 민주주의도 위기에 빠뜨린다. 어떻게 하면 포퓰리즘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을까? 미국 MIT대학의 경제학자 에이스모글루 교수는 포퓰리즘의 등장 조건을 제시했다. 집권하면 생기는 이익이 클수록, 정치적으로 양극화될수록, 정치인이 부패했다는 인식이 클수록, 유권자들이 정보가 부족할수록, 정치인이 자신을 유능하며 미래지향적이라고 포장할수록, 현재 집권자의 스타일이 모호할수록, 임기가 짧을수록 포퓰리즘이 성행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포퓰리즘이 극성부릴 조건이 흘러넘친다. 이른바 촛불혁명 이후 대통령의 권한은 더 제왕적으로 되었고, 여야의 대립은 적대적 수준으로 격화했고, 권력형 부패는 하루가 멀다면서 터졌고, 언론에 대한 신뢰는 최악으로 떨어졌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실험적 정책들이 판을 쳤고, 소득주도성장을 하면서 혁신성장을 말했고,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국민의 의식 수준은 정치인보다 높다. 여당 광역단체장들이 앞다투어 청년 수당 등 포퓰리즘정책을 내놓았으나 여당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는 오히려 떨어졌다. 정치권의 '청년팔이'에 식상한 것이다.

포퓰리즘은 부자나 엘리트에게 손해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한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좌파는 그렇다고 쳐도 우파 정치인마저 가난한 사람 챙긴다는 신호를 유권자에게 보내려고 좌파 포퓰리즘을 따라가면서 나라는 포퓰리즘의 홍수에 떠내려간다. 포퓰리즘의 악순환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미래통합당이 포퓰리즘 경쟁에 빨려들면 좌파를 이길 수 없고, 스테이츠맨십도 보여주지 못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일자리와 소득 불평등 문제가 차기 대선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포퓰리즘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일반 국민도 깨달았다. 미래통합당은 일자리 문제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진짜 대안을 만들어야 포퓰리스트를 물리칠 수 있다.

국민이 깨어있어야 포풀리즘 비극을 피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감성적이라 현혹되기 쉽고 맛 들이면 헤어나기 쉽지 않다. 차기 대선은 좌우를 넘어 포퓰리즘 대 반포퓰리즘의 대결이 될 것이고, 포퓰리스트를 선택하면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을 포퓰리스트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내건 정책 자체보다 동기와 배경을 알아야 포퓰리스트인지 판별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에 모두 성공했던 저력은 높은 교육수준과 정치의식에 있었다. 그 저력으로 포퓰리스트를 판별하고 몰아냄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고 번영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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