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입후보 공식선언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 가능성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 가능성
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다. 한국이 WTO 사무총장직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유 본부장이 당선되면 한국인 최초이자, 첫 여성 사무총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유 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WTO 사무총장 입후보를 공식 선언했다.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온 통상선도국으로,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맞게 국제사회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며 "한국은 다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상대국가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유 본부장 입후보를 결정했다. 산업부 측은 "유 본부장은 지난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현직 통상장관으로, 차기 WTO 사무총장에 적합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개발도상국에서 무역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중견국' 입지가 당선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기 WTO 사무총장은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 속 입지가 좁아진 WTO 협상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책임을 떠안게 된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협상도 없고 모든 것이 멈췄다"며 "신임 사무총장이 WTO에 필요한 힘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했다.
WTO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분쟁해결을 담당하는 상소기구도 미국의 위원 선임 반대로 공전 중이다. 아제베두 총장은 임기를 1년 남기고 오는 8월 조기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 본부장은 "WTO는 설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다자적으로 추진해야 할 협상과 개혁과제에서 주요국 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 대립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고 했다. 이어 "회원국 간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국가는 나이지리아, 이집트, 멕시코, 몰도바 등 4곳이다. 이번주 중 몇 명의 후보자가 추가로 출마할 가능성도 높다. 후보 등록은 다음달 8일까지다.
한국은 WTO 회원국의 3분의2 가량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의 표심을 노리고 있다. 유 본부장은 "대한민국이 성장해온 발전과 역사 자체가 개발도상국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그 길에서 형성된 제 경험을 갖고 (선진국과 개도국) 양쪽 모두에 접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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