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용대책 '유지'에 초점… 신규 일자리 창출 어렵게 해
법인세 인하·기반시설 지원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우선
K-방역 칭찬 잔치 그만… 가계·나랏빚 등 리스크 관리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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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 대담] "고용시장 유연성 강화하면 청년실업 문제 바로 해결"](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2502150519805001[1].jpg "[전문가 긴급 대담] \"고용시장 유연성 강화하면 청년실업 문제 바로 해결\"")
이슬기기자 9904sul@
전문가 긴급 대담
올해 하반기 한국경제와 과제
대담자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 = 은진 정경부 기자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판 뉴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76조원을 투입해 비대면 서비스 육성 등 '디지털 뉴딜'과 온실가스 저감 등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짜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시는지.
양준모 교수 "정부가 앞으로 '한국판 뉴딜'을 갖고 성장하겠다고 하는데 말문이 막힐 정도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신 성장동력을 만들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라를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어야 하는데, '뉴딜'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그린뉴딜'만 봐도 환경규제로 다른 성장 발목을 잡고 그것의 일부를 얻는 정도의 사업이기 때문에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 '한국판 뉴딜'은 그야말로 정부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태기 교수 "미국의 뉴딜은 '3R'로 구성돼있다. 'Relief(재정지원)·Recovery(회복)·Reform(개혁)'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많은 부분을 'Recovery'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우리는 'Relief'만 가져온 셈이다. '회복'이 없는데 어떻게 고용이 안정되고 고용이 창출되겠는가. '개혁'이 없는데 어떻게 재정을 감당하고 성장할 수 있겠는가. '한국판 뉴딜'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은 실수만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충격을 받은 고용시장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가재정으로 공공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 외에는 고용창출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고용 대책에 대해 총평을 내린다면.
김태기 교수 "대기업들의 경우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고용유지를 하지 말라고 해도 고용유지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고용유지를 해야 할 쪽은 중소기업들이 될 텐데, 지금 중소기업들도 직원들에게 회사를 그만둬달라는 말을 꺼내기 힘들기 때문에 거의 회사가 부도가 나야 직원들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 휴직·휴업 중인 근로자나 기업·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근로자들도 결국 자르지는 못하고 휴직으로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선제적으로 고용을 늘리려면 노동력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가능한데, 무조건 껴안고 있는데 어떻게 고용 창출이 되겠나. '고용유지'에 초점을 맞출수록 청년은 갈 데가 없어진다. 청년 실업률 30%로 높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고용문제에 있어서 하나만 알고 다음을 내다볼 줄 모르는 식이면 안 된다."
양준모 교수 "잘 나가는 기업이 고용을 늘린다. 대기업 부문에서 고용시장 유연성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엄청난 임금을 받으면서 '귀족노조'라는 이야기를 들은 지가 수십 년이다. 이 부분에서 정부가 정부답게 중립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고용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 고용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2시간제로 자꾸 규제를 하면 일자리가 늘지 않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 법인세를 인하하든,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기업들에게 공장부지·교통·SOC 등 기반시설을 지원해줌으로써 우리나라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산성 있는 부분에 재정지출을 할 수 있도록 재정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이 세 가지가 선행돼야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진정돼서 경제 성장을 하게 될 때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 교수께서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정부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리쇼어링' 정책을 발표했는데 충분하다고 보시나.
김태기 교수 "리쇼어링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시작해서 트럼프 정부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미국은 원래부터 기업 하기 좋은 나라였기 때문에 리쇼어링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맞는다. 우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리쇼어링이 필요하다면 해야 하지만, 먼저 기업환경부터 180도 바꿔야 한다. 미국에서 리쇼어링이 성공했으니까 우리도 미국식으로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더 큰 문제는 '탈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핵심기술 같은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30년 동안 간신히 갖추게 됐던 기술이 탈세계화 바람을 타고 일거에 다 중국으로 가고 있다. 여기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이 좁고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사실은 이미 나간 기업들을 돌아오게 하지 못하더라도 현재 국내에서 남아서 하고 있는 기업들이 더 잘 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양준모 교수 "이 문제 역시 '정부 리스크'로 볼 수 있다. 좁은 내수시장은 FTA로 극복하면 된다. 경제영역이라는 것은 과거엔 국경의 차원에서 봤지만, 이제는 국경을 넘어서 확대할 수 있다. 우선은 자유로운 '경제영토'를 만들어서 내수기반 경제를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 또 기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시장, 재투자 여건 등을 같이 마련해줘야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과감하게 인하하고 기업을 돌아오게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법인세를 인하하고 해외에서 세금을 낸 부분을 면제해줘야 한다. 아울러 인건비가 높은 고령화 사회에선 자동화 인공지능(AI)이 필수적이다. 여유롭게 근로를 할 수 있고, 고령자도 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동화다.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해서 같이 발전시키는 선제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가 대비해야 할 변수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나. 현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할지 조언도 해주시면 좋겠다.
김태기 교수 "현 정부가 정말 진보정부라면 김대중 정부를 공부해야 한다. 제가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상인(商人)의 현실감각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던 부분이다. 애국심이 있는 진보는 그렇게 간다. 김대중 정부 당시 외환위기가 왔을 때 전국이 실의에 빠졌고 자신감이 없어졌을 때 국가 브랜드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내세웠다. 그것을 기반으로 외환위기를 이겨냈고 월드컵을 유치했고 중국 특수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 진보진영은 애국심이 없다. 지금 코로나19 방역 잘했다고 칭찬 받는 것만 좋아하지 말고 가계부채, 소상공인들의 제2금융권 부채, 정부채무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를 좀 더 해야 한다."
양준모 교수 "결국 '정부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정부는 정부가 나서서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인재양성에 힘써야 하는데 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지금까지 사립학교가 기여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이젠 정부가 나서서 유치원까지 국립화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판박이 같은 이들만 나올 수밖에 없다. 창의력이 아니라 국가에 수긍하는 학생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창의력 있는 인재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써야 한다. 지난 3년은 물론 코로나19 사태까지 언제가 정부가 문제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은진·김동준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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