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兆 외형성장 사기로 와르르… "감시체계 부실 가장 큰 원인"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잇따라
코로나에 시중유동성 공급과잉
'머니게임 희생양 될까' 우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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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兆 외형성장 사기로 와르르… "감시체계 부실 가장 큰 원인"


"집 팔래서 집 팔아 사모펀드 투자했는데 15억원 사기 당했어요." "유례없는 라임 사기극으로 수십개 기업이 기업사냥꾼들에 피 빨리고 상폐됐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 좀 해주세요."(청와대 국민청원 제안 게시글 중 일부)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큰 손 기관투자자들의 끊임 없는 러브콜과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걷던 사모펀드 시장이 온 국민 비판의 십자포화 대상이 됐다. '라임사태', '옵티머스사태' 등으로 사기성 투자 문제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사태로 인한 시중 유동성 공급 과잉이 되면서 넘치는 1000조를 훌쩍 넘기는 부동자금이 언제든 사모펀드로 쏠릴 수 있어 우려된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극복하자"고 풀린 시중자금이 사악한 '머니게임'의 희생양이 될까 우려를 낳고 있다.

◇사모펀드 420兆 외형 성장 이면…줄폐업 전조도= 사모펀드 성장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2015년 200조원 초반에 불과했던 사모펀드가 같은 기간 덩치를 두배로 늘린 것인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현재 국내 사모펀드 수탁고(설정액)는 420조9540억원에 달한다.

공모펀드 설정액이 5년째 200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점과 대비된다.

사모펀드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단초가 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5억원이던 한국형 헤지펀드 최소 가입금액을 1억원으로 낮추고 전문사모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줬다.

거액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모펀드 전문운용사 설립요건도 2015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더니 작년 초엔 10억원으로 거듭 하향했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며 사모펀드 운용사도 우후죽순 늘었다. 2016년 70여곳이던 사모운용사가 지금은 225개에 달한다.

자산운용업계의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이 사모펀드 시장에 모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실력 있는 운용역들이 구사한 다각화된 전략은 주무기가 됐다. 편입자산이 한정적인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비상장주부터 비유동성자산까지 제한 없이 얼마든지 담을 수 있다. 초저금리 속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시장의 자금을 쓸어담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던 사모펀드 시장에 위기가 왔다. 일련의 사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진 탓이다. 최근에는 사모운용사들이 잇따라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며 줄폐업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300곳 중 187곳이 적자를 냈는데 이 가운데 158곳이 사모운용사다.

◇"감시체계 있었더라면…최소한 체크 했어야"= 수익에 몰두하는 사모펀드의 태생적 한계는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너도나도 사모펀드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설 때부터 염려가 됐다"면서도 "급성장 이면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나 최근 일련의 사태는 상식 선을 넘어서는 금융사기 건으로 제도와는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감시 체계 부재는 사모펀드의 잇따른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사모펀드 판매사인 금융사 직원들의 모럴해저드와 구멍난 시스템 속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옵티머스사태의 경우 운용사가 당초 투자설명서를 통해 밝힌 투자자산과 다른 자산이 펀드에 편입돼 있었다는 점이 문제 핵심인데 이를 걸러낼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펀드운용 주체는 자산운용사와 수탁사, 사무수탁사, 판매사로 나뉜다.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 수탁사는 현행법상 운용 감시의무가 없다. 사무수탁사 또한 운용사가 알려준 편입자산대로 기준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자산 위조 여부를 알 수 없다. 운용사가 수탁사에 내린 운용지시와 사무수탁사에 전달한 운용내역이 달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사모펀드 수탁사와 판매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운용사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인데다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사의 경우 투자자 요청이 있을 시 수탁사를 통해 펀드운용을 체크할 수 있다"며 "이번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경우 판매사인 증권사와 수탁사, 사무수탁사가 최소한의 크로스체크만 했어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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