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달나라 공무원의 `재포장금지법`

은진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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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달나라 공무원의 `재포장금지법`
은진 정경부 기자
'상품 재포장은 환경에 해롭다.' 어느 똑똑한(?) 공무원이 말했다. "그럼 재포장 금지법을 만들자."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22일 환경부 브리핑이 그 물음의 답이었다. 환경부는 '재포장 금지제도'를 내년 1월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현장리포트] 달나라 공무원의 `재포장금지법`
정부의 재포장 규제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재포장 여부 판단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본래 이 제도를 담은 '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1'과 같은 묶음할인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산업계 반발이 나오자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환경부가 쏟아지는 시장 불만에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재포장 금지가 시행돼도 할인혜택이 없어지는 게 아니고 불필요한 포장 폐기물만 줄이는 것"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예컨대 '1+1 판매' 행사를 안내하면 소비자가 알아서 2개를 하나의 쇼핑백에 담으면 되지 굳이 왜 유통과정에서 2개를 재포장해 판매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과대포장은 분명히 문제다. 생활 폐기물의 35%가 재포장 등에서 나오는 포장폐기물이다. 과대포장을 줄여야 한다는 데 업계도 공감한다. 하지만 그 기준부터 애매모호하다. 비닐팩은 금지하면서도 플라스틱 고리나 테이프 띠로 묶어 재포장하는 것은 허용하겠다고 한다. 업계에선 당장 묶음판매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이제라도 제대로 살펴보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환경부는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7월부터 3개월간 의견을 수렴하고, 10월부터 3개월간은 적응기간을 두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재포장 금지제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혼란을 초래한 것에 사과하면서도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낱개 제품을 추가로 포장한 묶음포장과 낱개 상품으로 구성된 종합선물세트 등에 대해 법적 용어를 정리·해석하는 과정에서 세심함이 부족했다"고 했다. 정말 그것만 부족했을까. 진짜 부족했던 것은 행정의 현실성이 아닐까 싶다. 달나라의 똑똑한(?) 공무원이 아니라, 시장 현실을 파악한 공무원만이 답을 찾을 수 있을 게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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