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무주택자인 30대 회사원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간간이 넣었던 청약은 매번 떨어지고 있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서다. 큰맘 먹고 대출이라도 받아서 집을 마련해볼까 했지만 정부의 6·17 대책으로 무주택자도 대출 규제가 적용되면서 이 계획마저 접었다.
정부의 6·17 대책 후폭풍이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연일 거세다. 특히 정부의 청약 규제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30대 청년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모양새다. 이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무주택 서민까지 투기꾼 취급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부동산 규제 대책을 만든 공무원과 가족들에 대한 부동산 거래내역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2일 회원수 109만명인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부동산? 문재인 정권 빼고 모두가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무주택자의 경우 지난 4년간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감언이설에 속았다고 주장했다. 1주택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계속 올라 안 되겠다 싶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1채 겨우 마련했더니 투기꾼으로 몰고 보유세도 걷어갔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은 여윳돈이 남아 남들 안 할 때 리스크 감수하고 투자 좀 했더니 적폐로 몰았다며 보유세, 종부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세금 폭탄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글쓴이는 마지막으로 노년층의 경우 평생 고생해서 집 한 칸 마련했더니 소득도 없는데 세금 뜯어간다고 설명했다.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주택 소유와 상관없이 규제의 피해를 보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코너에 올라온 6·17 대책 발표 자료에는 22일 현재 150건의 댓글이 달려 있으며 조회건수는 12만3587건에 달한다. 이때까지 국토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자료에 이같이 많은 조회수가 몰리거나 댓글이 올라온 전례가 별로 없다. 대부분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수도권 전역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한 데 대한 항의성 문의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은 이유는 '내로남불'식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해 3월 공개한 작년 12월 말 기준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부처 고위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장 등 재산이 공개된 중앙 부처 재직자 750명 중 다주택자는 248명이다. 248명 중 2주택자는 196명이고 3주택자는 36명, 4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16명이다. 상가 등을 제외하고서 공직자 자신과 부인 명의로 된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을 집계한 결과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해 말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실거주 목적의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에게 매도를 권고했다. 그러나 다주택자 비율이 상당하자 청와대와 정부의 '솔선수범'이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더 강경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취임 1년을 맞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6·17 대책도 모든 정책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김상조(사진)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1년을 맞은 21일 브리핑에서 6·17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책을 계속해서 내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