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6·17 대책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대책이 발표된 직후 규제 지역으로 신규 편입된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저는 부동산 투기꾼입니다"라고 커밍아웃한 청원자까지 등장했다. 지극히 평범한 40대 가장의 하소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단숨에 국토 교통분야 주요 청원 글로 올라섰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는 부동산 투기꾼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자신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인천 계양에 살고 있다는 청원자는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으며 5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청원자는 아이의 학교 입학에 맞춰 초등학교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청원자는 "형편에 맞췄다고는 하지만, 당시 가능했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 70%를 끝까지 채워 대출을 받고 1억7000만원에 준공 20년 된 24평 아파트를 샀다"고 설명했다.
이 청원자는 둘째 아이 출산일을 몇 일 앞두고 겨울 이사를 했다며 선명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청원자는 5년 후 생활이 조금 여유로워지자 새 아파트 분양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고민 끝에 3년 전매 제한이 걸린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하는 4억5000만원짜리 검단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다. 공시가격이 1억 1300만원인 현재 주거중인 아파트 덕분에 무주택 자격으로 청약을 넣을 수 있었고, 추첨으로 좋은 동의 좋은층(RR)을 당첨받았다.
분양 계약을 마치고, 다음 주 중도금 대출 신청을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이 청원자가 현재 살고있는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이었고, 분양을 받은 검단신도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청원자는 "2년 뒤 입주 때 LTV를 어떻게 적용받게 될지"라며 "40%를 적용받게 된다면 잔금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아파트 계약이 취소되고,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이자 등 수천만원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미분양이 아파트가 널려있는 동네에 대출은 40%밖에 나오지 않는 기존 주택을 누가 사겠냐며 검단신도시의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있게 될 미래가 훤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무한 연장 가능한 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면, 세입자가 평생 살기를 원할 경우 아파트가 무너져 내릴 때까지 소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자는 "내 집값이 올라가는 것 누가 바라지 않겠냐. 그런 욕심 저도 있다"며 "그런데 이제 저는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손실을 걱정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2개월 전 너무 기뻤던 아파트 분양 당첨이 지금 제겐 재앙이 됐다"고 절망했다.
청원자는 마지막으로 "평범하게, 부유하지 못하게, 빠듯하게 살고 있는 제가 갑자기 투기과열지구에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부동산 투기꾼이 되어 버렸다"며 "제가 반성을 해야하는 걸까요"라며 장문의 청원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해당 청원글은 올라온 지 단 이틀 만에 1만6000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한편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이 된 인천 서구와 남동구 지역 주민들이 성명서와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지정 해제 요구에 나섰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한 시민이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아파트 밀집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