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용군 교육대 1기생'으로 활동
전후 40년 동안 안보교육 등 진행
"6·25전쟁 모르는 사람 많아 안타까워
내가 보고 들은 것 그대로 전해줄 것"
전후 40년 동안 안보교육 등 진행
"6·25전쟁 모르는 사람 많아 안타까워
내가 보고 들은 것 그대로 전해줄 것"
[연합뉴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후배들에게 6·25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싶습니다."
현재 여군의 모태가 된 '여성의용군 교육대 1기생'인 이인숙(88·사진) 할머니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방군사연구소 '국방정책변천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군인은 1949년 8월 1일 배출된 여자배속장교 32명이며, 1950년 8월 30일 제주도에서 여성 126명이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러나 여군의 모태는 이때 만들어진 여성의용군 교육대로 보고 있다.
이 할머니는 6·25 전쟁 내내 전후방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쟁의 목격자로 40년 동안 한국전쟁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는 일반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이유에 대해 "전쟁을 겪지 않은 후배들에게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전해주는 거밖에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과 '국민이 위험에 처하면 물러서지 말고 앞장서자'는 정신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950년 당시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중 전쟁이 발발하자 나라에서 여성의용군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엔 여군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그는 "무서운 전쟁터에서 네가 뭐 하겠느냐"는 가족의 극구 만류에도 국가의 위기 앞에 고민 없이 군에 지원했다. 그의 나이 19세 때였다.
지원자 2000여명 가운데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약 500명이 선발됐다.
이 할머니는 1950년 9월 6일 입소해 부산 범길초등학교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4주간 남성 못지않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이 할머니는 훈련을 통해 M1총과 카빈총 그리고 권총을 쏘는 법을 배웠다. 또한 여군이 창설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이들의 임무였다. 이 할머니는 홍보를 위해 군악대와 시가행진도 여러 번 했다. 뿐만 아니라 군 비행기를 타고 중공군과 인민군 진지 상공을 돌며 귀순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육군본부 연락장교단실에서 행정병으로 사병 인사관리 업무를 맡았다.
북한군에게 점령당했던 서울을 탈환하고 마주한 대한민국 수도는 아직 이 할머니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이 할머니는 인민군이 떠나기 전 학살한 시민들의 시신이 끔찍한 모습으로 곳곳에 널려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6·25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후배들도 많다"며 "나는 내가 보고 듣고 한 것을 더함과 덜 함도 없이 얘기해주는 거니까. 후배들이 왜곡되지 않게,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이 정전 협정을 맺은 이듬해 이 할머니는 육군 이등 상사로 제대했다. 여군 경력을 발판삼아 1955년부터 후 3년간 신문기자로 일한 이 할머니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국방부에 출입했다. 이후 재향군인회 경기지역 부녀회장을 역임하다가 1980년대 초반부터 일반 시민과 종교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등 40년간 안보 교육 등을 진행했다. 올해 초에는 아주대 학생 300여명 앞에서 강연도 펼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기력이 남아있는 한 한국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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