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코로나19로 `요괴`는 열일 중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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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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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코로나19로 `요괴`는 열일 중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지금부터 약 180여년전인 일본 에도 시대 때의 일이다. 큐슈 지역 구마모토 현의 바닷가에 매일 밤마다 빛이 나는 이상한 물체가 출현하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불안에 떠는 일이 있었는데, 한 관리가 직접 바다에 나가서 확인한 결과, 촌스러운 긴 머리카락과 새의 부리 같은 입과 비늘이 있는 요상하게 생긴 반인반어(半人半魚 : 반은 인간, 반은 물고기 모양)의 생명체였다.

이 '요괴'는 본인을 바다에 사는 '아마비에'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니 앞으로 6 년간은 풍작이 들 것이고, 만약 전염병이 유행한다면 자신의 모습을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역병이 물러갈 것이라고 하며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이 후 전단지 등에 실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지금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아마비에 모습을 그린 부적이나 인형 등이 만들어져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마비에 요괴가 최근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더믹 상황 속에서 아베 정권의 대응이 세계최고 수준의 재난 강국 이미지마저 크게 실추 시키고 있을 정도로 미숙하고 실수 연발이어서 그런지, 과거에 유행했던 역병 퇴치용 상징적 요괴인 '아마비에'가 21세기 일본 땅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한 예로 나가사키의 일본 전통 과자 전문점인 '하쿠스이도'(泊水堂)에서는 아마비에를 본 뜬 과자를 한 개에 270엔(약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수제품이라 그런지 얼굴 표정이 제각각 다르지만 귀엽고 매력적인 눈동자로 빚어져서 이런 험악한 시국에 웃는 얼굴로 먹게끔 제작했다고 한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코로나19로 `요괴`는 열일 중


또한 같은 나가사키 지역의 이사하야시 신사에서는 아마비에 모습의 색칠놀이 종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색칠놀이로 아마비에를 그려 넣으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퇴치되기를 염원해보자는 의미에서란다. 이 신사에서는 외출 자제 캠페인에 맞춰 홈페이지를 통해 이 종이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병행하며 신사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6월1일에 전국의 불꽃놀이 회사들이 동시에 폭죽을 터뜨리는 행사가 있었다. 아키타현에 있는 '기타니혼'이라는 회사에서 아마비에 모양의 불꽃을 발사하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린 결과 엄청난 반향을 얻었다. 대형 회전 초밥집인 '구라즈시'에서는 발음이 엇비슷한 아마에비(단새우) 접시와 함께 아마비에 일러스트가 같이 돌고 있기도 하다. 그 밖에 T 셔츠, 열쇠 고리, 머그컵, 인형, 주류 등에도 아마비에 캐릭터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등 마치 한국의 팽수 만큼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정부 기관인 후생노동성까지도 코로나19 감염확대 방지를 호소하는 아이콘으로 아마비에를 '채용'했다고 한다.

역병이 생기면 자기 모습을 그려서 보여주라는 메시지를 남긴 이 요괴가 코로나를 이길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과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일본만이 갖고 있는 기발하고 독특한 상술이 이런 공포스러운 팬더믹 속에서도 발휘되고 있어 놀랍기까지 하다. 전통적으로 국민 모두가 각종 재난에 매우 익숙한 DNA를 보유한 나라라, 이런 엄중한 사태에서도 지나치게 태연하고 '의연'한 대처가 가능한 것일까하고 짐작된다.

이런 가운데, 진심을 담아 '덕분입니다' 릴레이캠페인 진행이 한창인 한국에서 만약 훌륭하고 용감한 의료진들이 없었다면 다양한 '도깨비'들이 판치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찔한'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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