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내로남불, 너나 잘하세요!"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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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내로남불, 너나 잘하세요!"
박영서 논설위원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엄마." 숨이 끊어져가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마지막으로 엄마를 생각했다. 이 모습은 지나가던 행인이었던 17세 소녀에 의해 촬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목을 무릅으로 누르고 있는 경찰은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았다. 대낮에 백인 경찰이 흑인을 살해하는 영상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전 미국이, 전 세계가 천천히 죽어가는 한 인간의 얼굴을 지켜봤다. 플로이드가 간절하게 어머니를 부르던 순간, 전 세계의 어머니들은 통곡했다.

미국에선 수많은 흑인들이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시민들을 위해 일하고, 시민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경찰의 손에 걸려 죽어 나간다. 매년 미국 전역에서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경찰에 의해 비명횡사한다. 흑인 사망률은 백인의 3배다. 흑인이 조금이라도 경찰에 반항하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헌법과 제도는 겉보기에는 평등하고 무색투명하다. 그러나 미국의 헌법과 제도가 박해받는 흑인이 아니라 가해하는 백인을 보호하는 장치로 기능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찰관은 과도한 폭력을 행사해도 임무수행 중이었다면 면책특권을 적용받아 대부분 처벌받지 않는다. 경찰관이 소추되는 비율은 단 1%뿐이다. 과거 노예시대 때는 백인 농장주들과 부유층들은 흑인 노예들을 통제하기 위해 가난한 백인들을 고용해 자경단을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경찰이나 총을 든 백인들이 그 역할을 합법적으로 하고있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1619년 아프리카에서 인신매매된 흑인 20여명이 버지니아로 끌려와 영국인들의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북미에서 흑인 노예가 등장했다. 약 250년에 걸친 노예제의 시작이었다. 후에 노예제는 폐지됐지만 흑인을 차별하는 미국의 건국 정신은 맥맥이 이어지고 있다. 1964년 7월 흑인의 인권을 인정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공민권법이 제정됐지만 뿌리는 뽑히지 않고있다. 미국사의 어떤 단면을 잘라내어 들여다봐도 그 맥이 끊어진 적이 없다. 흑인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소울 음악의 거장' 샘 쿡도 공민권법이 제정된 그해 말 모텔에서 모텔 직원의 총을 맞고 즉사했다. 그의 나이 33살 때였다. 법원은 샘 쿡의 죽음을 정당살인으로 판결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미국인만큼은 아니지만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도 상당하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시아인 차별이 눈에 띄게 늘고있다. 아시아인의 얼굴에 대고 기침을 하거나 침을 뱉고 폭행하는 사건들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나라의 지도자가 부추기고 있으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끈질기게 부른다. 중국인, 나아가 아시아인이 잠재적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그릇된 판단 기준이 담겨있는 단어다.

'중국 바이러스' 말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 중 하나가 '적'(enemy)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미국 언론들과 민주당, 그리고 좌파들을 '국민의 적'으로 낙인찍고 공격한다. 재선을 강하게 의식한 언동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같은 전략이다.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편 가르기를 통해 득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이 분노로 불타오르기를 원한다. 하지만 분위기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 대통령에게 순종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조차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지금은 연방군을 투입할 때가 아니다"라며 반기를 들 정도다.

대통령 선거까지 앞으로 5개월이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지도자는 기름을 부어 대립과 증오를 확산시키는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지도자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 인권 옹호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의무다. 인종차별 바이러스와 싸워라. 안 그러면 중국한테 이런 소리 듣는다. "내로남불, 너나 잘하세요!"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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