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네이버페이, 선불충전 전자금융거래법 수신제한 우회
네이버통장, 금융투자상품 'RP-CMA'로 고객유인
후불결제 추진, 신용카드업 진출 효과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한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을 통해 금융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협업 형태로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은행 고유의 수신업무를 제외하면 모든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만간 간편결제사업자에게 후불결제 서비스까지 허용하게 되면 혁신금융 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네이버는 모든 금융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자본규제나 건전성 규제, 대주주 규제 등은 적용받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 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디지털타임스는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을 둘러싼 논란을 기획 시리즈로 마련했다.
네이버의 (전자)금융업 진출은 5년도 넘었지만 작년부터 눈에 띄게 금융권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네이버페이라는 전자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충전방식의 자금모집, 예금통장같은 네이버통장 등이 사례다. 빠르면 다음달에는 후불 소액결제 서비스까지 가능해져 신용카드업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게 된다.
네이버의 전자금융업 진출은 2015년이다. 네이버는 당초 검색을 통해 유입된 고객의 물품구매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6월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시작했다. 당시 네이버페이는 은행·카드사 등 기존 금융회사 10곳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제휴방식을 택한 것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전자금융업자의 자체 계좌 개설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전자금융거래법 제정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 간의 업무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전자금융업자에 개설된 계좌를 금융회사에 연결된 계좌로 한정했다.
그렇지만 네이버페이는 충전시 포인트 적립이라는 방식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을 우회했다. 2019년 네이버페이는 연결계좌를 통해 5만원 이상 충전하면 즉시 2%를 적립해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네이버페이에 연결돼 있는 금융회사 계좌를 통해 5만원을 적립하면 즉시 1000원을 적립해주는 식이다. 즉시 인출가능한 현금은 아니지만 시중은행의 연 2%짜리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네이버페이의 충전을 통한 자금모집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에서는 연 5% 적립금을 주기도 했다.
(자료 = 네이버 홈페이지)
급기야 금융당국은 선불 충전금에 대해 이자지급 형태로 포인트를 주는 영업 행위를 유사 수신행위로 해석하기도 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일회성 포인트 지급이라서 유사 수신행위로 직접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은행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유사수신행위 관련 광고도, 금융업 유사상호 사용도 금하고 있다.
충전을 통한 자금모집 이후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설립 직후 직불전자지급 수단 발행업을 제외한 모든 전자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6월8일 네이버통장을 선보였다.
'네이버통장'은 미래에셋대우의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상품이다. RP에 투자한 수익률에 연동되는 금융투자상품이지만, '통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확정수익을 제공하는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인 것처럼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뿐 아니라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 시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올 8월말까지 1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3%(세전 기준)의 약정수익률을 제공하기로 한 만큼 네이버페이 이용자라면 구매실적과 연동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료 = 네이버 홈페이지)
네이버페이는 올해 2월6일 열린 이사회에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후불결제 서비스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 샌드박스팀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향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7월말께로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해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에서 핀테크 결제사업자에게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행 규정상 후불결제를 위해서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으로 신용카드업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금융위는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면 금융소비자 권익과 금융시장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일정 범위 내에서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당초 금융위는 핀테크 결제사업자의 소액 후불(신용)결제 한도를 이동통신사의 소액결제 한도(월 50만원) 범위로 제시했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의 소액 결제한도가 월 100만원으로 상향돼 핀테크 결제 사업자의 후불 결제 한도도 100만원으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용카드업자 등은 간편결제 사업자에게 후불결제가 허용되면 자본금 20억원의 전자금융업자가 자본금 200억원의 신용카드업을 겸영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소액 후불결제 한도를 놓고)100만원이라든지 200만원이라든지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감정적으로 선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 잘 검토해보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