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신주 취득 거래 종결
선행조건 미충족 사유 밝혀
대우조선 인수 포기한 한화
이행보증금 일부 돌려받아
선행조건 미충족 사유 밝혀
대우조선 인수 포기한 한화
이행보증금 일부 돌려받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인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HDC현산의 입장 발표는 인수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다만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시점이라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HDC현산은 지난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 체결이후)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했다"고 밝혔다.
HDC현산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12월27일 금호산업과 체결한 아시아나항공 구주·신주 취득계약의 종결조건을 가리키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 4월29일 아시아나항공 구주·신주 취득 예정일을 당초 4월30일에서 무기한 연기하면서 구주매매거래와 신주인수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을 적시했다.
HDC현산이 공개한 거래 종결 선행조건은 △매도인의 진술 및 보장이 진실하고 정직할 것 △회사와 매도인의 확약과 의무 이행 △거래 금지 등의 판결이 없을 것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취득 △2019년 6월30일 이후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을 것 등이다.
그런데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업황이 극도로 악화됐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동의도 없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HDC현산은 이번 입장 발표문을 통해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셈이다.
이는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있지 않음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미 납부한 인수 이행보증금(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과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이행보증금(3150억원)을 몰취당했다가 일부 돌려받은 선례도 있다. 한화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했다. 그후 7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은 2016년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도하다"면서 "원고(한화케미칼)는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지급하고도 (노조 방해로) 확인 실사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였던 한화그룹과 달리 HDC현산은 인수 실사를 마치고 SPA까지 체결해 이행 보증금 몰취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행보증금은 최종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성격과 함께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다. 그럼에도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2016년 판결에서 대법원이 기업인수와 관련한 주식매매 이행보증금을 민법상의 손해배상액으로 평가한 만큼 감액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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