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 칼럼] 디지털화폐, 자율규제로 가야 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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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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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공필 칼럼] 디지털화폐, 자율규제로 가야 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두의 일상이 언택트 위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비대면 접촉방식은 이미 중간매개자들의 역할을 줄여가고 있는 모바일 지급결제 분야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변화의 핵심인 디지털화폐는 비트코인에서부터 중앙은행의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증권화 토큰,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려는 독자형 스테이블 코인, 또는 페이스북 리브라와 같은 컨소시움 네트워크 화폐 등 다양하다.

이미 정부독점이었던 화폐주조권은 민간에게도 열려있으며 이와 맞물린 지급결제 플랫폼과 더불어 세계적 무한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신규주자들과 새로운 방식을 합법적인 틀안에서 수용하기 위한 규제 가이드라인에 관한 논의도 진행중이다. 코로나사태로 추락하는 세계경제를 살리기 위해 네거티브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 기본소득 카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화폐와 지불결제의 혁명은 일견 생경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연결이 가져다주는 패러다임 차원의 변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환경변화와 맞물려 우리들의 모든 사고방식과 행동패턴, 제도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변화의 핵심인 디지털 전환은 마이크로 차원의 즉각적 재연결(rewiring)을 가능케 한다. 기존의 신뢰 토대 위에서 법정화폐로 작동하는 기존의 금융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이다. 특히, 시공간 제약을 넘어 가상공간으로 연결의 범주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행법과 규제의 틀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기존 체제의 금융서비스로는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다행히 기존 패러다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에는 새로운 데이터 기반의 신뢰 토대가 꿈틀대고 있다. 데이터 경제가 확산되려면 이를 지탱하는 자금의 흐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IoT 마이크로 지불부터 거액결제에 이르기까지 성과보상이 즉시 이뤄지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연결고리가 강화되고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신뢰기반 위에서 지체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포괄적 성과보상체계가 필요한 환경이다. 신뢰기반의 다변화는 디지털 자산의 담보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을 가능케한다. 전례없는 가치가 세상에서 인정받으려면 미시적 평가 측정과 화폐 단위의 세분화, 지체없는 지급·결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네트워크 공동체의 가치교환에 특화된 화폐의 발달은 불가피하다. 다만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상호호환성을 제고하여 보다 큰 가치로 인정받으려면 전자지갑과 탈중앙화된 교환소, 그리고 예탁보관업무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인프라의 확충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키워낼 수 있어야 비로서 금융도 지평을 넓히면서 제기능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진화적 발전의 근저에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로 작동되면서 수수료 마찰이 줄어든 지급결제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화폐는 발행주체부터 관리방식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시장검증과정을 거쳐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균형추인 정부 부문은 발전적 변화의 틀안에서 전체적인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 극도로 복잡하게 얽힌 체계 내에서 개개인의 책임있는 결정을 유도하고 피해로부터 보호하려는 감독서비스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할 정도로 고도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금융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기존 강대국 중심으로 레거시 체제의 독점문제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화폐와 연동되는 지급결제 플랫폼에 관한 논의가 중앙은행들과 Libra같은 BigTech들의 민간콘소시움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70% 이상이 CBDC에 주력하는 가운데 은행의 역할이 축소된 금융시스템이 작동할 경우 해킹과 불법자금의 피해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대가로 편리함을 얻어내야 하는 통제사회로의 전락 위험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균형잡힌 분산화와 탈중앙화를 통해 국경없는 생태계의 균형과 다양성을 지켜내려면 민관협의체들의 협업과 공조를 통해 디지털 화폐시스템의 건전한 발전과 정착을 이끌어내야 한다. 산업주도의 자율적 스마트 규제는 디지털 전환속에서 세상의 주인인 우리를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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