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자산 51.5兆… 17% ↑
초저금리 시대 투자대안 인기
소액으로 투자 가능 최대 강점
시장금리보다 높은 배당은 덤
분리과세 유지로 세제 혜택도
초저금리 시대 투자대안 인기
소액으로 투자 가능 최대 강점
시장금리보다 높은 배당은 덤
분리과세 유지로 세제 혜택도
"커피 한 잔 값으로 수백, 수천억원짜리 부동산에 투자하세요. 단돈 5000원으로도 투자 가능합니다."
주부 변모씨(40)는 얼마 전 SNS를 통해 이런 광고문구를 본 기억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3년짜리 적금 만기가 돌아왔지만, 돈 굴릴 데가 마땅찮던 터라 솔깃했다. 변씨는 "요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뜬다는데 멀리 보고 만기 적금을 투자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리츠 전성시대, 50조원 리츠 시장의 성장 2라운드가 시작됐다.' 대박기운이 감지되는 올해 국내 리츠 시장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내놓는 얘기다.
만성적 저금리, 전례 없는 저성장 기조 속, 수익률에 목마른 개미들의 갈 곳 잃은 자금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인 리츠를 향하고 있다. 소액으로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 등 부동산을 간접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상품인 리츠가 초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다.
◇51조 리츠 시장… 17년새 92배 성장=10일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리츠 총자산은 51조5075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8년 대비 17.3% 증가한 실적이다. 2013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27.9%로, 2002년 리츠 제도 도입 이후 꾸준한 성장세다. 5600억원대를 기록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17년새 무려 92배나 커졌다.
운용 리츠 수는 작년 말 기준 248개로 집계됐다. 전체 리츠 가운데 자산운용 규모는 위탁관리리츠가 47조352억원(215개), 기업구조조정리츠는 4조4억원(29개), 자기관리리츠는 4719억원(4개)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는 상장 리츠 시장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공모리츠는 주식 발행을 통해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빌딩, 호텔 등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배당하는 특수회사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게 최대 강점이다. 적어도 수천만원은 있어야 가능한 부동산 투자는 종잣돈이 부족한 투자자에겐 그림의 떡이지만, 부동산을 주식처럼 만들어 한국거래소에서 사고 팔도록 만든 상장 리츠는 커피 값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로 출렁이던 주식시장이 안정화하면서 상장 리츠 수익률이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기초자산 확장 원년… 본격적 성장 가능성=잠시 주춤했던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이 하반기 재개를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만 적게는 6개, 많게는 8개 가량의 리츠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을 미뤘던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와 맵스리츠1호, 제이알글로벌리츠 등 3개 리츠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한 데 이어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인가 승인을 받았다.
영업인가를 신청 중인 마스턴서유럽리츠와 AMC 본인가를 승인 받은 켄달스퀘어리츠 등도 등판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상장된 리츠는 7개로, 시가총액은 1조8767억원 규모다. 롯데리츠가 1조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7개 다 합쳐서 전체 리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특히 상장을 앞둔 이들 리츠의 기초자산은 기존 상장 리츠가 담은 리테일과 오피스 외에도 주유소나 임대주택, 물류 등으로 투자를 다각화했다. 리츠 기초자산군이 보다 다양해진 만큼 선택지가 넓어진 것으로 상장 리츠 시장의 운신 폭도 넓어진 셈이다. '리츠 선진국' 일본 상장 리츠 시장의 성장이 기초 자산군의 다양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상장 리츠 시장도 본격 성장의 기회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6월부터 공모 리츠만 분리과세 유지… 사모는 합산과세=정부의 세제혜택에 따른 상장리츠 투자 매력도가 증가하고 있다. 낮아진 시장금리를 감안해 여전히 높은 배당 매력은 덤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공모 리츠에 대한 정부의 세제 혜택이 시행되면서 투자 매력이 한층 상승했다"며 "세제혜택을 통해 사모 중심으로 형성된 부동산 간접상품 패러다임이 공모 중심으로 변경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세제혜택은 보유 토지에 대한 분리과세 유지와 투자자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다. 실제 정부는 이달부터 공모형 리츠와 부동산 펀드에 대해서만 보유 부동산 토지에 대한 분리과세를 유지하고, 사모형은 합산 과세하는 방침을 정했다. 기존에는 리츠나 부동산펀드가 보유한 토지에 대해 공·사모 구별 없이 분리과세를 적용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모형에 주던 혜택을 없애고 별도 합산 과세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사모형 상품이 투자하는 부동산 토지가 분리과세 대상(세율 0.2%)에서 제외되면서 재산세 세율 증가(세율 0.2~0.4%) 외에도 종합부동산세(세율 0.5~0.7%) 추가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 상장 리츠와 같은 공모상품 수익률이 사모형보다 적어도 0.2~0.5% 가량 높게 거둘 수 있는 이유다.
장 연구원은 "보유 토지에 대한 분리과세는 신설 조항이 아닌 유지조항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수익률 개선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사모 중심으로 형성된 부동산 간접상품 패러다임이 공모 중심으로 변경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리츠 투자자가 직접 누릴 수 있는 세제혜택은 배당소득세에 대한 분리과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인당 5000만원까지 공모 리츠에 대한 배당세율을 3년간 기존 15.4% 일반과세(지방소득세 포함)에서 9.9%로 낮추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분리 과세하는 한시적 세제혜택 방안을 내놨다.
법 발효는 올 1월부터 시작됐다. 시행세칙은 지난 3월 14일에 완비됐다. 일반과세나 종합과세를 적용하는 것보다 수익률 개선 효과를 높인 만큼 저금리 시대. 리츠 투자의 중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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