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이 묻는다] "시민단체·공익법인 `기부·보조금 집행` 세금처럼 엄격해야"

정의기억연대, 회계감사 全無… 시민단체 생명은 첫째도 투명성, 둘째도 투명성
주무부처서 정기적으로 들여다보고 내용 공개해야… 외부기관 감사 의무화 필요
기부문화 위축될까 걱정, 봉사·나눔 사업은 감동적이어야 하고 재정은 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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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이 묻는다] "시민단체·공익법인 `기부·보조금 집행` 세금처럼 엄격해야"
조용근 석성장학회 회장·前한국세무사회장

박동욱기자 fufus@


서울 서초동 석성장학회 사무실에서 조용근(74) 석성장학회 회장을 만났다. 사무실 입구에 '나눔'과 '섬김'이라는 두 글자가 보인다. 사무실 벽을 가득 채운 감사패와 감사장 사이에는 '범사에 감사하라'는 구절이 새겨진 나무판이 걸려있다. 인생의 모토인 듯하다. 그는 세무공무원으로 36년을 일했다. 말단 9급으로 시작해 대전지방국세청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평생 숫자만 보면서 살아온 사람은 아니었다. 늘 감사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나눔과 섬김의 봉사가'로도 유명하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인데도 인터뷰 내내 열정이 철철 넘쳤다.


박영서 논설위원이 묻는다

조용근 석성장학회 회장·前한국세무사회장





◇첫째도 둘째도 '투명성'=그는 원칙을 가지고, 초심을 유지하면서 기부와 봉사의 삶을 살아왔다. 1980년대 초반 국세청 공무원을 일하고 있을 때 한 납세자가 조그만 철제 동전통 하나를 선물로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동전통을 가득 채워 소년가장 1명을 도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 40년이 지났다. 그는 장학회를 설립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해외에도 눈을 돌려 미얀마 양곤에 학교를 지어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46용사를 기리고 유족들을 돌보는 천안함재단 이사장을 6년 동안 맡아 헌신적으로 일하기도 했다.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수여하는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에서 나눔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바로 이런 삶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나눔과 섬김에는 다섯가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지금부터' 하는 것, 두 번째는 '여기서부터' 하는 것, 세 번째는 '나부터' 하는 것, 네 번째는 '작은 것부터' 하는 것, 다섯 번째는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 가지를 더 보태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 그이기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의혹을 바라보는 심정은 무겁고 복잡했다. 세금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시민단체나 공익재단들의 투명성 제고 및 관리감독 방안, 운영 개선 등에 대해 다양한 대안과 해법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회계 투명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기부금 수익과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대다수 시민단체나 공익법인들에 대한 감시체제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일이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기부금이나 성금은 세금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하지만 아예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주무부처가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외부 회계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 회계연도마다 결산서 등을 매년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강제하고 정부가 이를 평가해 공시해야한다. 그래야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

그는 회계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무교육도 정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시민단체나 공익재단에서 일하는 회계 담당자에 대한 회계교육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업무역량을 강화시키고, 투명하고 정확한 회계집행이 왜 필요한 지를 스스로 알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단체나 공익재단의 기금관리 시스템을 이원화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회계를 제대로 하려면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시민단체 대표는 조직 운영 등에 치중하고, 돈 문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별도로 선임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견제와 균형이 생겨 회계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기부자 신뢰가 핵심이다=조 회장은 기금 운영현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부자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부자와 국가에게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필수다. 이는 기부한 국민들의 '알 권리'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기금 운영 현황 뿐 아니라 조직의 활동과 관련된 정보까지 스스로 공개해야 부정과 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 외혹이 제기되거나 쟁점이 되는 사안이 생기면 언제든지 영수증을 포함한 모든 회계증빙자료를 공개할 수 있어야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그는 천안함재단 이사장을 하면서 솔선수범해 이를 실천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이 났을 때 그는 한국세무사회장이었다. 모금된 성금을 뜻있게 사용하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협의하기 위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는 시민단체 대표 자격으로 특위에 참가하게 됐다. 물론 기부도 했다. 특위 위원들이 그를 초대 이사장에 추대했다. 세무사 회장하기도 벅차다며 고사를 했지만 강력하게 권유해 수락을 하고 말았다. 천안함재단 이사장 자리는 국민을 위한 자원봉사자라는 신념으로 시작해 무보수로 6년간 활동했다. 이왕 맡은 이상, 영웅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기위해 천안함재단 홈페이지에 지출과 수입,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6년 동안 이사장을 하면서 사비를 썼다. 재단에서 별도로 카드를 만들어주었지만 가위로 짤라버렸다. 개인 카드로 연간 1000만원 정도를 활동비로 썼다. 6년간 모두 6000만원이 개인 지갑에서 나온 셈이다.

"이사장 하면서 별일을 다 겪었다. 돈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재단의 예산을 내가 남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런 말이 돌 줄 알고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하게 예산을 관리했다. 100%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마음 먹고 회계출납에 극도의 신경을 썼다. 누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동안 모아놓은 영수증을 꺼내보이며 해명을 했다. 증거를 딱 갖다보이는데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2016년 11월 말 재단을 떠나면서 국가로부터 투명성을 인정받기 위해 보훈처에 특별감사를 스스로 요청했다. 보훈처 감사관실로부터 3일 동안 특감을 받았고 아무런 지적사항이 없다고 통지를 받았다. 한 감사관은 "감사를 많이 해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후임 이사장에게 당초 받은 146억원보다 2억원 더 많은 148억원을 인계해 주고 떠났다. 깨끗한 마무리였다.

조 회장은 자원봉사자의 중요성과 이사회 기능 강화도 얘기했다. "가급적 자원봉사자들이 핵심이 되어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다니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분이다. 따라서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조직이 건전해진다. 이사회 역시 정상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갖도록 해야한다. 거수기 역할이 아닌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내부적으로 엄격한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사회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지도록 개선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감동(感動)공장'의 공장장이 되라=감동을 주면 신뢰가 생기고, 거기서 기부천사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우리 사회에 산재되어 있는 시민단체나 공익재단이 반드시 새겨야할 말이 있다면 바로 '감동'을 많이 생산하는 감동공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먼저 진한 감동이 전해져야 자발적인 기부가 이뤄진다. 기부와 봉사는 감동을 만들어 내고 그 감동은 강한 믿음을 심어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남을 위해 베푼다. 감동이 원천이 되어 곳곳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의 사무실에는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로부터 받은 많은 감사패와 감사장이 진열돼 있다. 그것들을 진열해 놓은 이유는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를 만나러 오는 방문객들이 그것들을 보고 감동을 받고 나눔과 섬김에 대한 도전을 심어주기 위한 마음에서다.

그는 감동과 신뢰, 투명성이 기부를 낳는 법이라면서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날 그에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이가 지긋한 70대 후반의 한 여성의 전화였다. "회장님이니까 믿음이 간다. 내가 기부한 돈이 제대로 잘 쓰여질 것이란 확신이 든다. 내 기부를 받아주셨으면 고맙겠다." 이 여성은 조 회장이 설립한 석성장학회에 1억원이란 거금을 쾌척했다. 그리고 별도로 조 회장이 만든 장애인재단의 회원이 되어 매달 50만원을 후원한다. 조 회장은 지난달에서야 처음으로 그 여성을 대면했다고 한다.

조회장은 석성1만사랑회도 설립했다. 장애우들을 위한 공동생활관을 짓거나 장애우 학생을 위한 도예방을 건립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펼치는 공익법인이다. 지난 2011년 6월 5000만원의 기금을 마련해 설립하게 됐다. 1만명의 후원자가 매달 1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목표라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그가 꼭 맡고 싶은 직책(職責)이 하나 있다. 바로 감동을 만들어 내는 감동공장의 공장장이다. 앞으로 남은 삶은 감동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감동으로 파생된 기적에 다가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며 살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기부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 신뢰가 깨져 기부문화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물욕이 생겨선 안된다. 재정을 투명하게 하면 웬지 손해볼 것 같지만 내 경험으론 재정적으로 손해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더 불어났다. 봉사와 나눔의 사업은 감동적이어야 하고, 재정은 투명해야 한다. 이 말을 하고 싶다."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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