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산업부 차장
![[DT현장] 유통 `3차 대전` 승자와 패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0902102269727001[1].jpg "[DT현장] 유통 `3차 대전` 승자와 패자")
유통업계 구조조정 취재 중 이마트 측으로부터 들은 답변이다. 2020년, 코로나19발 쇼크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유통업계 주도권은 'e커머스'로 넘어간 지 오래다. 사람이 숙주가 된 시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그러나 'e커머스' 시장도 만만치 않다. 업종 장벽 무너진 e커머스 시장엔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도 참전했다. 전통 유통강자인 롯데·신세계·현대는 언텍트 시대에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실기하면 죽는다. 해외 사례를 보자.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00년 역사의 백화점이 줄줄이 사업을 접었다. 작년 바니스 뉴욕이 문을 닫았고, 지난달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와 JC페니도 파산했다. 이 와중에 올드 유통이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해외 백화점들이 아울렛에 밀릴 때 국내 유통사들은 아울렛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롯데그룹은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에 그룹 사활을 걸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세번째 집무실을 SSG닷컴에 마련하며 힘을 실어줬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등 외형확장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사의 변화에도 업계는 고개를 젓는다. 더 '파괴적인'(destructive)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4차 산업혁명 기업들이 부르짖는 '벽을 깨는 혁신'이 유통기업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유통 플랫폼은 현대 인류에게 필수다. 한 e커머스 임원은 "전통 유통기업들이 디지털 DNA를 키우려면 M&A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편다. 아마존처럼 M&A로 신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빅딜'을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유통업계 혁명은 '배송'과 '구독'이다. 출혈경쟁을 부르기도 하지만 '배송' 경쟁과 '유료 회원제'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붙잡아 두려는 키워드는 유효하다. 그리고 또 하나 유튜브가 몰고 온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다. 포털 네이버까지 최근에 TV홈쇼핑과 비슷한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개시했다. 아울러 지난 1일 네이버는 유료회원제인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내놓고 이용자 록인(lock in)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네이버 페이의 지난해 연간 결제액은 20조924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쿠팡(17조771억원)과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를 앞질렀다.
미국 '아마존 프라임'의 한국판이 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의 하나로, 일반 아마존 고객이 이용할 수 없거나 추가 비용을 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국내에선는 쿠팡이 '로켓와우'란 유료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생활패턴이 '퀀텀 점프'로 바뀌고 있다. 유통 대기업의 혁신과 정부의 역할이 모두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금도 유통산업이 최고의 인재가 가고 싶어하는 업종인지, 장래성이 없어서 오히려 기피하는 업종이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정부도 달라진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규제는 과거 대형마트 등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나왔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중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규정 존속 기한을 오는 2023년 11월 23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개정에 착수했다. 전통시장 경계 1km 이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제한 규제를 3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현재 매장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폐점하고 있다.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실직 위기에 처한 상태다. 존폐 위기를 걱정할 판에 급격히 변하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는 당연하다. 빵 하나도 배달해 먹는 시대에 '출점 규제'는 얼마나 유효할지도 따져 봐야 한다.
TV홈쇼핑도 악 소리를 내고 있다. 언택트 시대 백화점, 편의점, 포털까지 라이브 커머스로 TV홈쇼핑을 따라하는데 정작 규제는 홈쇼핑이 독박을 쓴다는 것이다. 이제는 기존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생존을 위한 목소리다. 올드 유통도, 정부도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올드 유통이 '레거시(Legacy) 미디어'처럼 과거 채널로 남지 않길 바란다.
dorothy@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