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거품 미래` 누가 책임질 건가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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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거품 미래` 누가 책임질 건가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돈이 있어야 소비를 할까?'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야 소비를 할까?' 뜬구름 같은 질문인 듯싶지만, 수요창출과 관련한 정책 수립에 서로 상반된 시각을 대변한다. 돈이 있어야 소비가 이뤄진다고 믿으면 '소비자의 소득'을 먼저 떠올리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야 소비를 한다 생각하면 '기업의 혁신'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모두가 익히 알 듯 현 정부의 정책 방점은 '소비자 소득'에 찍혀있다. 세칭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라는 개념도 '돈이 있어야 소비가 이뤄진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먹었다"는 소식에 감격한 문재인 대통령은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사먹은 소고기로 과연 우리 경제 상황이 개선됐을까? 최근 한 가지 사실은 '돈이 있어야 소비를 한다'는 생각이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가 그토록 보조금을 지원했던 전기자동차의 보급 현황이다. 정부는 본래 올해 말 누적 판매량 총 20만 대, 2022년까지 43만 대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올해 보급 목표만 전기승용차 6만5000대, 전기화물차 7500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전기자동차 등록 대수는 10만3700대에 머문다. 올 보급목표의 절반 가량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전기자동차 판매 실적은 약 8000대다. 작년 5월 실적은 1만4141대였다. 판매 집계를 밝히지 않는 미국 테슬라의 판매량을 더해도 1만대를 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2022년까지 전기자동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매년 10만 대 이상을 보급해야 한다. 현 추세라면 불가능하다. 다급해진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전기승용차에서 전기화물차 지원으로 변경했다.

그럼 왜 정부 보조금에도 전기 승용차 판매는 늘지 않는 것일까? 업계 분석은 쉽고 명쾌하다. 전기승용차의 새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모델은 이미 살 사람들은 다 샀고, 이제 아무리 보조금 덕에 가격이 싸다고 해도 구 모델의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없다는 것이다.

시사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제품'이다. 아무리 소비자 주머니에 돈이 넘쳐도 살 물건이 없으면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소비는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한 신제품을 내놓을 때 나온다. 수요 창출을 '박수'라 한다면 소비자 소득은 왼손이요, 기업의 혁신 제품은 오른 손이다. 이 두 손이 마주쳐야 수요창출이란 소리가 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35조5000억 원의 추경안을 포함한 막대한 재원을 하반기 우리 경제 활력 제고에 투입키로 했다. 그 결과 나랏빚은 더 늘어 올해만 110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재정 투입은 불가피한 일이다. 무엇보다 국제사회 'K-방역' 등을 인정받으면서 우리 경제 구조의 대변환을 꾀할 절호의 기회도 잡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 걱정은 어렵게 마련한 돈이 제대로 쓰이는가 하는 점이다. 당장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해야 할 기업에 대한 지원이 너무 인색하다.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기업 기죽이기'에 국내는 물론 세계 여론마저 우려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금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은 재정도 많이 풀지만 기업들을 위한 법인세 인하 조치도 내놓고 있다. 시중에 돈도 풀고 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돈 쓸 곳을 만들어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기업지원, 특히 대기업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갈 곳 없는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 3월 이미 역대 최대치인 1106조3380억 원을 기록했다. 넘치는 돈에 기업 실적과 다르게 주식이 오른다. 실적이 바탕이 되지 않는 주가 상승은 곧 거품이다. 정부는 올 재정투입을 위해 국방예산도 2조원, 국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비용도 6000억원 이상 줄였다. 사실상 나라의 미래까지 걸고 '몰빵'을 하는 셈이다. 그 결과가 주식시장의 거품이요, 부동산 시장의 왜곡이라면 훗날 누가 그 책임을 지겠는가?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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