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보안정책 비대면 근무환경 힘들게 만들어
해킹위협 줄어들지만 비용 높고 업무효율 떨어져
IT·핀테크 기업 폐쇄적 행정망 작업에 어려움 호소
행안부 긴급입찰방식 '클라우드 시범사업' 발주 예정
해킹위협 줄어들지만 비용 높고 업무효율 떨어져
IT·핀테크 기업 폐쇄적 행정망 작업에 어려움 호소
행안부 긴급입찰방식 '클라우드 시범사업' 발주 예정
연합뉴스
정부가 10년 넘게 유지해온 망분리 정책에 메스를 가하는 것은 획일적 보안정책이 비대면 근무환경을 힘들게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원격근무나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전산망을 내부 업무망과 인터넷망으로 분리하고 그에 맞춰 모든 공무원이 2대의 PC를 쓰도록 한 현재의 망분리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전문가들과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망분리 정책의 개선을 요구해 왔음에도 꿈쩍 않던 정부도 코로나19발 '언택트'(비대면) 기류에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해킹 위협 줄어들지만 비용 높고 업무효율 떨어져=정부의 물리적 망분리 정책은 아예 인터넷 전용선 자체를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으로 별도 연결하고, PC나 서버 등 장비도 분리 운영하기 때문에 해킹 위협은 상당히 줄어든다.
정부는 보안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2007년 시범 적용을 거쳐 2008년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이 대상 기관으로 선정돼 망분리를 했고, 이어 대상기관을 늘렸다. 이후 관련 법률 개정으로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거나 연매출 100억원 이상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도 망분리가 의무화했다. 금융분야도 2013년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으로 금융기관과 전자금융업자에 망분리 의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별도의 망 구축 투자가 필요하고, 사용자는 PC 2대를 써야 해 업무에 불편함이 따른다. 여기에다 업무를 위해 두가지 망과 내·외부 메일을 연동해 쓰면서 오히려 해킹의 표적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획일적·기계적 망분리 대신 업무 내용과 데이터의 기밀성에 따라 권한관리, 접근제어 등의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IT·핀테크 기업에도 '독'=이 규정은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정부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도 적용돼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정부기관들은 보안을 위한다는 이유로,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접속 단말기 대수를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다. 이 때문에 정부 IT시스템 개발이나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는 인력들은 폐쇄적인 행정망에 접속해 작업을 해야 했다. 인터넷 접속이 제한되다 보니 업무협업을 위한 메신저나 인터넷 검색, 회사 업무보고를 위한 회사 시스템 접속 등이 불가능했다. 개발과정에서 협업이나 외부 지식·소스·콘텐츠 활용이 어렵다 보니 정부 사업의 능률과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핀테크 등 신서비스 기업들도 똑같은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인터넷 서비스 개발효율이 떨어지고,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도입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핀테크 기업을 비롯해 금융권내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금융권에 한시적으로 내·외부 망 연결을 허용했지만, 공공·금융 등 중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여전히 물리적 망분리가 필수다.
◇"획일적 분리 대신, 기관·업무·데이터별 구분 필요"=한 전직 ICT 관료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대에 유연한 근무방식을 힘들게 하는 획일적 망분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모든 정부·공공기관에 망분리 규제를 똑같이 적용할 게 아니라 현재 방식은 국방·외교·안보 등으로 한정해 적용하고, 국방망 같은 경우 지금보다 대폭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안전략 패러다임을 도메인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고, 현재의 기계적인 망분리 방식 대신 데이터의 중요도와 성격에 따라 보안 수준을 달리하는 구조로 바꿔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최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김승주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현재의 망분리 조치는 재택·원격근무의 대못 규제다. 획일적 망분리에서 데이터 중요도 중심의 망분리 정책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중요도에 따라 나누고, 그 중요도에 따라 별도의 보안정책과 망분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밀이 아닌 일반 업무자료는 인터넷에 연결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보안업무 담당자도 "현재와 같이 일괄적으로 물리적 망분리를 적용할 게 아니라 필요한 기관과 아닌 기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무와 다루는 데이터의 특성에 맞는 정밀한 재설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인터넷 클라우드 시범사업… 긴급입찰로 속도낸다=행안부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조만간 입찰 공고기간을 5일로 줄인 긴급입찰 방식으로 '인터넷망 클라우드 DaaS 시범도입 및 전략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행정업무용 PC와 인터넷용 PC의 구분을 없애고, 업무망 PC에서 클라우드 DaaS(데스크톱 서비스)를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윈도에 집중된 PC 운영체제도 개방형 OS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인터넷망 PC부터 개방형 OS를 채택한 클라우드 DaaS로 전환하고, 업무망 PC도 점진적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시범서비스는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해 진행하되, 정부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구축식 DaaS를 도입하는 방식과,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방식의 장단점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전 부처의 망분리 현황을 조사해 타당성 조사, 경제적 효과분석 등을 진행한 후 중앙부처 클라우드 DaaS 표준모델을 정립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전체 정부부처 확산 로드맵도 수립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택근무, 영상회의, 출장 등 비대면 업무환경 변화에 맞는 IT 환경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업무종류에 따라 특성을 달리한 DaaS 모델을 제시하고, 전체 중앙부처 확산 로드맵을 마련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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