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동학개미의 선전에도 일명 '곱버스'라 불리는 인버스 투자상품에 투자한 불개미들은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돌파하는 등 증시 회복에 탄력이 붙을수록 수익률을 음의 2배수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인버스 상품 투자로 외려 손실규모를 키우고 있어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20일 이후 5일 현재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설정된 인버스를 추적배수로 한 금융상품 순매수 규모는 총 3조696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증권사를 비롯한 은행 등 기관 순매도 규모인 3조6911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들은 주로 국내 주식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여 간 순매수 규모만 3조70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들이 같은 기간 3조6952억원어치의 인버스 ETF를 순매도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해당 기간 외국인들도 112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인버스 상품은 코스피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을 얻는 구조다. 지수가 반등하면 속수무책 빠질 수밖에 없다.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아낸 건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에 맞서 대규모 매수에 나선 동학개미들이다. 동학개미와 뜻을 달리한 곱버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특히 거래대금 상위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3월20일 이후 현재까지 수익률은 -59%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음의 2배수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5월 한 달간 8875억원의 자금이 쏠리며 거래대금 상위 1순위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출렁이던 코스피지수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곱버스 상품 수익률 하락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주가 반락을 노리고 곱버스에 올라탄 단기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반등에 크게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실제 지난달 국내 설정된 ETF 수익률 하위 10종목 가운데 단 한 종목을 제외하곤 모두 인버스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괴리율 급등으로 문제가 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82%)과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78%) 등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상품들도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편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는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에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반등일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적이기보다 어느 정도 추세는 형성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외국인의 수급 전환 기대감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코스피 이익 추정치도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