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통일전선부가 5일 한밤 중 담화를 내고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이라며 군사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의미하는 말을 이어갔다. 북한 김여정이 대북전단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전단살포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관련 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반응이다. 북한은 4일 담화에서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폐지, 개성공단 완전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시사했었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5일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대결의 악순환 속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고 밝혔다. 통전부 대변인은 "남쪽에서 (대북전단 제재)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제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경고했다.
통일부가 법 제정까지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의 조치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의미다. 북한 통전부는 실제로 전날 김 제1부부장 담화 직후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률 정비 계획을 '변명'으로 규정했다. 통전부는 "결국 그런 법안도 없이 군사분계연선(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서 서로 일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군사분야의 합의서에 얼렁뚱땅 서명하였다는 소리가 아닌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북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를 비롯한 '연속한 여러 가지 조치'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접경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일판'을 예고한 것으로 볼 때 사실상 군사 도발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전부 담화가 한밤중 발표됐다는 점에서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을 우회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말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억제력 강화'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측을 겨냥한 조치에 그치지 않고 미국을 겨냥한 보다 높은 수위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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