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며 독점적 지위… 새 지침으로 불공정행위 칼 겨눈다

제조업 → ICT 중심 新산업 각광
시장 획정 판단 등 기존지침 한계
"새지침, 사건 처리 신속·엄밀성 제고"
혁신 강조한 조성욱, 제재도 조율
전담팀 꾸려 '네이버' 첫타깃 삼아
연내 시장 지배력 등 위법여부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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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불리며 독점적 지위… 새 지침으로 불공정행위 칼 겨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대학교 경영관에서 열린 '2020 서울대증권금융연구소 포럼'에서 '시장경제와 공정거래정책 그리고 공정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몸집 불리며 독점적 지위… 새 지침으로 불공정행위 칼 겨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을 향해 칼을 들이댈 '잣대'를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 형태로 기존 오프라인 시장의 강자들을 위협할 만큼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플랫폼 시장을 현행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네이버·구글·배달의민족 등 현재 불거지고 있는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를 새로운 심사 지침으로 가려내겠다는 게 공정위 복안이다.

31일 공정위에 따르면 플랫폼 분야에 적용될 새 지침은 내년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열린 '온라인 플랫폼 분야 법집행기준 마련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선 플랫폼 분야의 △시장 획정 방법 △시장 지배력·경쟁 제한성 판단 기준 등 TF가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들이 정해졌다. 11월까지 매월 회의를 열어 선별된 과제들을 논의함은 물론 관련 심포지엄과 연구용역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왜 '플랫폼' 주시할까? = 공정위가 플랫폼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굴뚝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신(新)산업으로 시장의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음식 배달, 항공권·숙박시설 예약까지 연간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2018년 100조원대를 넘어선 게 대표적인 예다.

이는 자연스레 플랫폼의 급성장과도 맞물렸다.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거래액은 2015년 1조9000억원으로 '1조원' 선을 돌파했다. 이후 2018년에는 5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4년 새 네 배 넘게 늘었다. 6000원짜리 자장면 한 그릇으로 쳤을 때 2018년 한 해 동안 약 8억6000만 그릇이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된 셈이다. 이 기간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액 규모도 500억원에서 2700억원 수준까지 커졌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웃고 있는 곳도 배달 앱 업계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플랫폼이 특수를 누린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플랫폼 분야가 기존 시장 특성과 다른 탓에 시장 지배력 남용, 경쟁 제한성 등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플랫폼은 '양면시장'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성격이 다른 두 부류의 고객 그룹을 연결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배달 앱이 음식점과 주문자를 이어주는 식이다. 이에 일반적인 단면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현 시장 지배력 남용·불공정 심사 지침으로는 판단이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특히 어려움이 따르는 부분은 '시장 획정'이다. 현 지침은 시장을 획정하는 기준으로 '가격의 인상에 따라 구매자가 구매를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만을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플랫폼 사업자는 양면시장의 한쪽인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이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상·하방 시장에서 동시에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사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보다 우대하는 행위인 '자사우대' △고객이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막는 행위인 '멀티호밍 차단' △다른 판매 경로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최소한 같거나, 더 저렴한 가격을 책정토록 하는 '최혜국대우 요구' 등을 식별해내기도 쉽지 않다.

공정위는 새 지침이 마련되면 공정거래 당국과 업계 모두 '윈-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엄밀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의 예측 가능성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플랫폼' 강조한 조성욱 = 공정위가 플랫폼을 주시하기 시작한 또 다른 이유로는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꼽힌다. ICT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조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선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조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플랫폼을 포함한 ICT 분야를 줄곧 언급해 왔다"며 "김상조 위원장 시절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의 불공정 행위에 관심을 쏟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실제 조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디지털 경제의 발전, 플랫폼 기업의 성장 등 새로운 경제 흐름에 따라 시장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쟁 당국의 역할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인 '타다' 금지 법안 처리를 앞두고, 모든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던 곳도 조 위원장의 공정위다. 조 위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시장에 없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조 위원장은 혁신은 물론 제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공정위는 지난해 ICT 기반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전담팀을 꾸렸다. 팀장은 공정위 사무처장이 맡았고, 시장감시국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플랫폼 △모바일 △지식재산권 등 3개 분과, 15명 내외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전담팀 안에 '반도체 분과'를 신설해 5세대(G·Generation) 이동통신 전환기에 나타날 수 있는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사 시장진입 봉쇄 행위 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전담팀의 첫 타깃으로는 검색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쇼핑·부동산·동영상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인 네이버가 지목됐다. 해당 사건은 올해 안으로 전원회의 등 절차를 거쳐 위법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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